조인경기자
1980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집무실에서 서예를 연습중인 호암 이병철 회장의 생전 모습. 오른 쪽은 이건희 전 회장(당시 부회장).
그는 자서전에서 "무심히 그은 일 획, 일 점의 운필(運筆)이 마음에 들 때의 희열이란 이루 형언할 수 없다"고 했다. 호암은 주로 논어와 같은 경서나 고사에서 따온 글귀를 많이 썼으며 경영철학과 생활신조를 짧은 경구로 만들어 서예작업의 소재로 삼았다. 도전과 개척의 삶을 살아내는데 바탕이 됐던 생활신조와 좌우명도 자주 쓰곤 했다. 전시장 한 켠에 걸려있는 '인재제일(人材第一)'이라는 문구에서는 '사업=사람경영'을 강조했던 호암의 경영철학이 오롯이 묻어난다. 이는 오늘날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피어난 삼성의 인사 원칙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호암은 임직원들에게 '기업경영의 근본이 사람이므로 인재를 제일로 삼아라'라고 항상 당부했다"고 말했다. '세기적 기업인'으로서의 호암의 족적은 '고객제일(顧客第一)'이라는 글귀에서 새삼스레 크게 다가온다. 기업경영을 통해 널리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뜻의 '기업제민(企業濟民)', 수출증대를 통해 나라에 기여해야 한다는 '수증보국(輸增報國)'도 호암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경청(傾聽,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겸허(謙虛, 겸손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라)' 등 생활철학을 담은 서예작품들도 나왔다. 박건현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호암의 서예 사랑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의 생애를 일관해 온 가치를 담은 글귀들이자 회사를 일으켜 세우고 키운 경영철학과 방침이었다"며 "가족과 후배들에게는 애정을 담은 교훈이었다"고 전했다.한편, 이번 전시는 서울 본점 신세계갤러리(3~16일)를 시작으로 신세계 센텀시티점(2.18~23)과 광주점(3.2~8) 등으로 옮겨져 계속된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