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피플&뉴앵글] 요람에서 무덤까지

북구 최고의 진료기관인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정문.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웨덴'하면 떠오르는 말 중 흔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수식어다. 복지선진국, 스웨덴모델 등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가족이 맡아왔던 책임의 상당 부분을 공공부분이 담당하게 된 것으로 자녀양육 및 교육, 건강 등 전반에 걸쳐 국가가 강력히 개입하고 동시에 폭넓게 책임진다. 예를들어 출산휴가가 무려 1년이다. 물론 임금은 봉급의 80%까지 주어진다. 또 탁아소, 유치원, 초중고, 대학(원)까지 국가가 무상으로 교육을 책임지고 자녀수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된다. 유학생들에게도 후한 복지서비스가 제공된다. 나도 유학생의 신분으로 스웨덴에 거주하는 동안 순간순간 느끼게 되는 것이 외국인이며 이방인이지만 항상 이러한 울타리 안에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통상 1년이상의 입학허가를 받게 되면 비자 신청시 1년이상 거주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스웨덴 입국과 동시에 '주민번호'를 신청할 수 있다. 5일에서 길어야 2주안에 세무서로부터 주민번호가 발급된다. 특히 주민번호가 생기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스웨덴 사람들과 동일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본인이 원한다면 주당 최대 20시간 가량의 언어교육도 무료다. 따져보면 필자는 주민번호를 받기 이전에 이미 '무료대학교육'이라는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매일같이 매스컴을 장식했던 신종플루의 경우 이곳에서도 든든한 국가의 지원이 이어졌다. 스웨덴의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된 것이다. 물론 국민건강과 안녕을 책임을 다하는 복지선진국의 접종비용은 무료다. 신종플루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한국과 달리 이곳 스웨덴에서는 그리 크게 느껴지고 있지는 않다. 스웨덴은 한국에 비해 꽤 늦게 하지만 상당히 효과적으로 신종플루에 대처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이유에선지 누구나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 호응은 크지 않은 편이었다. 한 가지 아이러니 한 일은 이렇듯 발달된 보건·복지·의료 선진국에서 스웨덴 현지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아 양성된 의사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 다른 유럽, 멀게는 아시아, 남미 등지로부터 다수의 의사이민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 훌륭한 복지·분배 정책 덕에 실제 직종별 임금의 격차가 크지 않은 것이 그 한 이유일 것이다. 실제로 여느 나라와 같이 의대에 진학하기도,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양과 기간의 공부를 소화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므로 의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존재임은 분명하나 굳이 그러한 긴 과정을 견뎌야 한다는 것과 의사가 된 후에도 쉽지만은 않은 업무로 인해 한국에서와 같은 인기 직업군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도 격무에 따라오는 임금이 엄청난 조세부담으로 인해 반토막 난다는 사실이 쉽게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없게 만든셈이다. 이를 복지국가의 어두운 단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글= 한윤정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한윤정 씨는 한국에서 산업보건 석사과정을 마친 후 스웨덴으로 건너갔다. 지금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인스티튜트(Karolinska Institutet) 사회의학과에서 '안전증진'에 관해 공부하고 있으며,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지역사회 안전증진 분야'에서 일할 계획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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