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원전수혜주 위주로 매도..PR 매물도 불안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 수출에 성공, 약 47조원의 대규모 수주를 따냈다는 강력한 호재가 발생했지만, 증시는 의외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이 원전 수혜주 위주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오히려 지수가 오를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28일 오전 10시4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1150억원 규모를 매도하고 있다. 이 중 전기가스업종에서는 1412억원, 기계업종에서는 263억원 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다. 전기전자업종 등 여타 종목에서는 대부분 매수에 나서고 있고, 원전수혜주가 대부분 전기가스업종 및 기계업종에 포함돼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날 매도세의 대부분이 원전 수혜주에 집중됐다고도 볼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강력한 호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로 대응하는 것은 시장이 오를수록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오히려 오른 것을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고 있다"며 "상당히 좋은 모멘텀임에도 불구하고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원전 수혜주에 대해 적지 않은 비중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것을 추가로 늘리는 대신 가격이 올랐을 때 매도에 나서며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원전 수혜주는 대부분 안정적인 방어주에 속하는데, 방어주는 주가 움직임이 비교적 적은 만큼 이날과 같이 급등하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이를 차익실현의 기회로 삼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표적인 방어주이자 원전수혜주인 한국전력은 불과 4거래일 전만 하더라도 외국인의 비중이 27%를 넘었지만, 이날 외국인이 398만8980주 가량을 강도높게 순매도하면서 26.06%로 낮아져 26%를 지키기도 위험한 상황이 됐다. 임 애널리스트는 "개인이나 기관의 수급 여건이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외국인의 이같은 태도는 2009년 한해동안 지속된 공격적인 매수세가 2010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매매 역시 우려되고 있다. 국내증시의 연말 랠리가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프로그램 매수세다. 연말을 앞두고 관망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이렇다할 수급주체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프로그램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이 프로그램 매수세는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것이 상당부분인데, 배당 이벤트가 끝나면, 즉 29일 배당락 이후에는 유입된 매수세의 일부가 다시 출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내년 공모펀드에 대한 거래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매수 차익 거래자들이 차익실현 욕구를 가질 개연성도 있다고 보면 수급측면에서 기대할만한 부분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이날 증시 흐름이 얼마나 연속성을 띄겠냐는 점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을 앞두고 시장의 주 플레이어들의 매매는 정체가 되고 단기 플레이어의 움직임인 만큼 이것이 어느정도의 연속성을 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1월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면 한 쪽으로 방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방향을 형성하기 전까지는 본격적인 투자를 미루고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1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4.90포인트(0.29%) 오른 1687.24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이 2280억원의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20억원씩 순매도세를 기록중이다. 프로그램 매물은 1300억원 가량 출회되고 있다.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본시장부 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