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샤넬 ] (하) 2009 and 샤넬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샤넬만큼 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흔치 않다. 벌써 탄생 126주년이 지났지만 샤넬은 본연의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는 법이 없다. 세련됨에 대한 갈증을 풀고 최신 트렌드와도 통하는 선에서 다양하게 변주한다. 그럼에도 샤넬은 샤넬의 DNA를 잊지 않는다. 1971년 1월, 샤넬은 88세의 나이로 파리의 한 호텔에서 숨을 거뒀지만 아직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데는 칼 라거펠트의 덕도 있다. 그는 '샤넬'과 '샤넬 스타일'에 대한 경의를 표하면서 현대적 감각의 박수까지 끌어내는 기이한 힘을 가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2009-10 FW 샤넬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은 샤넬이 가장 선호했던 '블랙'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자리였다.
지난 5월 베니스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컬렉션. 블랙이나 스프라이트, 트위드 자켓 등 샤넬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다.
◆ 2009 and 샤넬 = 지난 5월,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이 베니스에서 개최됐다. 가브리엘 샤넬이 1920년 처음 방문하게 되면서 샤넬과 깊은 관계로 맺었으며 그의 끝없는 영감의 원천지가 된 곳이다.칼 라거펠트는 베니스를 방문하면서 샤넬이 느꼈을 법한 분위기와 느낌을 재탄생시키기 위해 환상적인 무대장식을 선보였다. 바닷가에서의 산책만큼이나 시적이고 아름다운 목재 캣워크 위에서 그는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 에서 나오는 카니발 장면들을 재해석했다. 세일러 줄무늬 룩과 블랙 앤 화이트 레이스와 같은 전통적인 샤넬 스타일은 물론 솟아오른 모자와 큰 선글라스, 긴 검정 망토와 트렌치 코트 등도 함께 등장해 '남성적인 느낌'까지 이어받았다. 스펜서 재킷과 세일러 바지 등은 베니스에 처음 도착해 요트 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샤넬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베니스와 샤넬의 영혼, 과거의 깊은 역사가 이날 쇼에서 가장 돋보였던 이미지들과 가깝게 엮였던 이유는 칼 라거펠트가 이를 의도했기 때문이다."우리가 알지 못했던 과거만큼 더 창의적인 것은 없습니다"라는 그의 말은 샤넬에 대한 경의와 재해석에 강한 무게를 싣고 있음을 알게 한다. 가장 최근 프랑스 파리 그랑 빨레의 유리 돔 지붕 아래에서 열린 FW 레디 투 웨어 컬렉션 역시 샤넬이 가장 아꼈던 컬러, '블랙'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핑크와 그린이 포인트 컬러로 사용됐지만, 의상은 물론 다양한 액세서리는 블랙의 물결이었다. 칼 라거펠트가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은 샤넬이 시대과 함께 변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해당 컬렉션은 현대적인 감각을 무리하게 입혔다는 느낌 없이 기존의 샤넬의 우아함과 당당함을 유지했다.
칼 라거펠트
◆ 괴짜중의 괴짜, 칼 라거펠트 = 완벽한 백발을 얌체처럼 묶은 머리에 선글라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너클 더스트와 블랙 수트. 대부분 이 모습으로 공석에 나타나는 칼 라거펠트는 괴짜다. 샤넬, 클로에, 펜디 등의 수석디자이너를 지냈을 뿐 아니라 음반이나 아이팟을 상상 이상으로 모으는 음악 수집광이기도 하며 일흔이 넘는 나이에 갑자기 42kg을 감량하고 등장하는 등 유별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1982년 샤넬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다소 주춤했던 브랜드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한 때는 게이라는 이유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지만, 그의 진정한 힘은 매 컬렉션이 끝날 때마다 다시 한 번 확인된다. ◆ 안녕 샤넬 = 한 패션 매거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성들에게 '지상에서 단 하나의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때' 가장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는 '샤넬'이다.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 가장 많이 위조돼 유통되는 유명 브랜드도 '샤넬'이다. 물론 불명예스러운 일일 테지만, 가장 인기가 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탓에 발생하는 현상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샤넬을 마주했을 때 우리의 무딘 감각을 관통하는 무언가는 구부러진 C자 모양의 샤넬 로고가 아니다. 프리미엄급 정신과 그 제품을 손에 얻어 스스로의 프리미엄을 구하는 것, 고급스러운 무언가를 소장하는 데 대한 자부심, 그 경제력에 대한 나르시즘 그 어디쯤 일 것이다. ◇ 다음주에는 명품스토리 #2, 루이뷔통이 이어집니다.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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