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특별한 하루] '직원들과 창공활강 재미있죠'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 패러글라이딩 도전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왼쪽)와 한국패러학교 교관이 함께 탄 패러글라이더가 10월29일 용인 정광산 위를 유유히 날고 있다.(사진 한국페러학교 제공)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무조건 앞으로 쭉 달리세요. 계속 뛰세요"교관의 지시에 따라 사장님이 달리기 시작했다. 몇 발자국 내딛지 않았는데 지면에서 발이 떨어지더니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다. "우와, 사장님 멋있어요" 20~30대 젊은 직원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친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51)가 이번엔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다. 비록 패러글라이딩 교관과 함께 타는 15분 짜리 '체험비행'이었지만 직원들과 함께 날아본 가을 하늘은 그 어느 계절보다 더 눈부시고 파랗기만 했다.지난 달 29일 웅진코웨이 사원 10여명과 홍 대표가 오롯이 하루를 함께 보내는 '하이팅(Hign-Ting)' 행사가 마련됐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열리는 하이팅은 웅진코웨이의 대표적인 스킨십 경영활동으로 꼽힌다.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 임원과 직원들이 함께 허심탄회한 시간을 보내며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나누고, 이를 통해 회사의 경영방침을 이해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발굴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달 29일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아 어르신들의 구두를 닦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직원들과 함께 봉사하고 즐기는 시간 = 통상 오전에는 봉사를, 오후에는 레저 활동으로 구성되는 하이팅의 특성상 이날 일행들은 먼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았다.마땅히 놀러 갈 곳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잠시 쉬고 점심도 한끼 해결하는 이곳에서 홍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어른신들 구두를 닦아드렸다. 봉사활동을 나온 이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알 턱이 없는 한 할아버지가 "어디 광 좀 한 번 내봐, 얼마나 잘 하는지"하며 구두를 벗어 내놓자 홍 대표는 솔과 헝겊을 들고 꼼꼼히 구두에 약칠을 해 문지른다.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배어난다. 남자구두를 닦아 본 적이 없는 한 여직원이 구두 한 켤레를 들고 한참이나 씨름을 하자 홍 대표가 빼앗아 든다. "구두를 이렇게 들고 손을 이 쪽 방향으로 움직여야지…." 낡은 구두 위에 뽀얗던 먼지들이 사라지고 조금씩 제 빛을 내기 시작했다.구두 100여켤레를 닦고 난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홍 대표와 직원들은 앞치마를 두르고 센터 식당으로 나섰다. 이곳에서 무료급식을 받으러 오는 어른신들에게 직접 밥을 담아드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쌀밥을 긴 주걱으로 휘휘 저어 올리는 폼이 많이 해 본 솜씨다."그렇게 주걱 끄트머리를 잡으니까 힘이 들지, 나처럼 가운데를 꽉 잡고 저으면 훨씬 수월하다고." 홍 대표가 옆에서 함게 밥을 푸던 한 남자 직원에게 한 수 가르친다. ◆ 조직의 생명은 '재미' … 신기(神氣)문화 강조 = 오전 봉사를 마친 일행은 간단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잡곡이 섞인 밥과 몇 가지 반찬을 곁들인 소박한 도시락이지만 일회용 용기가 아닌 정갈한 찬합에 담겨있다. 일명 '에코 밥상'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도식락은 '환경'을 중시하는 회사 방침에 따라 직원들이 수소문해 특별 주문했다.
직원들과 함께 미니버스에 오른 홍 대표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재미 있는 유머를 한 가지씩 내놓자고 제안한다. 사장님의 갑작스런 주문에 어떤 이야기가 좋을까 고민하던 직원들은 정작 미리 유머집 한 권을 읽고 왔다는 홍 대표의 만담에 배를 잡고 웃어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는 내용은 정치인들을 풍자한 유머란 말이야.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가끔은 이런 말랑말랑한 유머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하지. 평소에 관심들 좀 가지고 하나쯤 외워두면 유용하다고." ◆ "어때, 날아보니까 재미있지?" = 덜컹거리는 용달차 짐칸으로 옮겨타 15분 가량 험한 산길을 올랐다. 경기도 용인시와 광주시 경계에 위치한 정광산 꼭대기 활공장에 도착하자 발 아래 펼쳐진 가을산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워 저절로 탄성이 새어나오는 동시에 '여길 뛰어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해진다. 산꼭대기는 바람도 제법 거셌다.각종 장비와 패러글라이더가 바닥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누가 제일 먼저 뛰실 건가요 ?" 교관의 물음에 한 용감한 여직원이 손을 번쩍 들자, 홍 대표도 질세라 "그럼 내가 2번"하고 외쳤다.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한 홍 대표가 배낭 모양으로 된 하네스(패러글라이더 날개를 줄로 연결한 안장)까지 들쳐메자 함께 비행에 나설 교관이 다가와 안전 상태를 확인한다. "제가 달리라고 외치면 무조건 끝까지 발을 구르셔야 합니다. 일단 뜨기만 하면 편해지니까 마음 놓으시고요."출발이 임박하자 사진을 찍기 위해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활짝 웃던 홍 대표의 얼굴에 잠시 긴장하는 빛이 비쳤다.하늘로 떠오른 패러글라이더는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를 따라 지그재그로 내려갔다. 10여분을 날아 산 아래 무사히 착지를 마친 홍 대표는 매우 신이 나 보였다."어때? 재미 있지, 해볼만 하지? 그런데 이거 집사람이 위험하다고 절대 하지 말라고 했는데 , 어디 가서 얘기들 하면 안돼."십여명의 직원들이 하나둘 도착할 때까지 산 아래에서는 통닭과 생맥주를 곁들인 수다가 이어졌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뒷줄 세번째)와 직원들이 10월29일 용인 정광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한국패러학교 제공)

◆ "웅진코웨이는 □□□다" = 저녁 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다. 삽겹살, 양념갈비, 오리고기 등 종류별로 푸짐한 파티가 벌어졌다. 소주 너댓 잔을 마신 홍 대표가 직원들의 익명 질문지를 하나씩 뽑아 의기양양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아무래도 이건 여자 글씨체야. 이 질문 오 대리가 한 거지?" 열 개가 넘는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고, 중간중간 이야기는 주제를 멀리 벗어나기도 했다.한 기업의 CEO로서 외롭고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해소하냐는 질문에 단번에 무협지를 꼽았다. "나는 예전엔 휴가 때 아들녀석과 만화책 한가득 빌려 놓고 시원한 수박 잘라 먹으며 집에서 뒹굴뒹굴 하기도 했어. 최근엔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볼 수도 있더군. 얼마 전 읽은 무협지가 '열혈강호'인데 말이야, 아 이거 50권까지 나왔는데 51권은 도대체 언제 나오는거야, 응?"웅진코웨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는 질문에는 직원들의 답을 먼저 들었다. 웅진코웨이는 '스마트'하다(놀 땐 놀고 일할 때는 확실히 집중해서 한다), 웅진코웨이는 '펄떡이는 물고기'다(젊고 싱싱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조직이다), 웅진코웨이는 '녹색'이다(깨끗하고 환경친화적인 기업을 대표한다) 등등 재치 있는 답들이 쏟아졌다."난 말이야, 웅진코웨이는 '불가사의'라고 생각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규모가 커질 수록 회사가 딱딱하고 건조해져 가는데, 우리는 이렇게 직원과 대표이사가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그런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으니 말이야. 또 한 가지, 직원들이 나이가 어리고 경력도 짧다 보니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하는데,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대통령상, '대한민국 광고대상' 대상 등 커다란 성과를 내는 걸 보면 이 또한 불가사의하단 말이야, 하하."<center></center>김영무 부국장 겸 산업부장 동행취재정리=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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