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교대시간, 초소간 거리 등 세밀하게 파악한듯
155마일 철책선은 5m간격으로 경계등이 매달려있다.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측 민간인 1명이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뚫고 월북한 것으로 27일 최종 확인됐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매체가 보도할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특히 3중 철책구조인 군사분계선, 1만볼트 고압선, 각종 지뢰 등을 어떻게 뚫고 월북했는지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남한 민간인 강동림(30)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관련 “군사분계선을 정밀 점검한 결과 동부전선 22사단에 철책이 절단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차 조사결과 가로 30cm, 세로 40m 크기로 3중 철책이 모두 절단됐다. 합참은 또 “2001년 9월~2003년 11월 이 부대에서 근무했으며 지난달 폭행 사건 등으로 경찰의 지명수배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 군도 모르는 강씨 이동경로= 북한매체의 보도에 합참에서 배포한 자료에는 강씨의 월북경로에 대해서 설명이 없었다. 단지 강씨가 해당부대의 전방관측소(GOP)에서 기관총사수로 근무하면서 철책주변의 지형지물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동부전선 철책은 3중이며 철책 넘어서는 1.5~2km의 지뢰밭은 물론 1만볼트이상의 고압선과 각종 폭발물이 널려있다. 철책은 남측으로부터 1차 GOP철책(남책), 2차 북철책(중책), 3차 추진철책(북책)으로 이뤄졌다. 1차 GOP철책부터 3차 추진철책까지의 거리는 1.7Km다. 또 남책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절반이 칠해져있는 청각석과 흔적석이 촘촘히 박혀있으며 북책에는 대인지뢰인 클레이모어(claymore)가 설치돼 있다. GP(휴전선 감시 초소·Guard Post)밖에는 남한의 수색대대 장병들이 24시간 잠복중이다. 강씨는 이를 모두 통과했다는 뜻이다. 60, 70년대 월북한 군인들의 경우 관할구역의 지뢰 매설사정을 훤히 파악해 북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는 알려졌지만 열상감시장비(TOD) 등을 갖춘 현재 통과경로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의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강씨가 철책경계근무를 한 경험은 있지만 지뢰밭을 피해 북한까지 넘어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며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군이 작전에 사용하는 좁은 길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군 전문가는 또 “민통선의 경우 야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장병들의 교대시간, 초소 장병들간의 거리 등 세밀하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월북사실을 공개할때까지 해당부대가 철책절단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주목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해당 부대에 지휘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월북자 강씨 신병처리는= 남쪽에서 철책을 뚫고 북쪽으로 넘어간 사례는 2004년 10월 강원 철원군 육군 열쇠부대 책임지역의 GOP 3중절단사건 이후 처음이다. 북한 지도부는 1990년대까지 이런 월북자를 대부분 정치적 체제선전에 활용해왔으나 생활고나 범죄를 이유로 도피한 경우에는 예외시키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강씨는 2009년 9월 12일 폭행사건 등으로 25일 지명수배돼 경찰에 쫒기고 있었다고 밝혔다. 북한도 이점을 감안해 중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2년 6월 국내에서 카드빚에 쫒겨 밀입북한 박모씨와 2003년 3월 빨치산 출신 아버지를 찾겠다며 월북한 50대남자도 중국으로 추방됐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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