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영규 기자]지난 8일 오전 8시40분 제주시 제주국제공항. 수원 영통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43)는 세미나 참석과 모처럼 주말 골프라운딩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수하물수취대에서 골프백과 옷가방을 챙겨, 카트에 싣고 출구를 빠져나온 이씨는 공항내부 1번 출입구쪽 옆에 설치된 커피자판기쪽으로 향했다.동료들이 모두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 기다려 볼 요량이었다. 그 때였다.때마침 서울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이씨는 골프백이 실려 있는 자신의 카트를 자판기 옆에 놓고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한 4∼5분쯤 흘렀을까?.물론 전화 통화는 카트가 있는 곳에서 반경 10m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사단이 나고 말았다.자신의 눈앞에서 골프백과 카트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이씨는 처음에는 동료들이 자신의 카트를 가져간 줄 알고, 리무진 버스쪽으로 갔다.하지만 그 곳에 이씨의 카트는 없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이씨는 곧바로 공항내 3층 분실물 신고센터로 갔다.이씨는 상황을 설명하고, 폐쇄회로TV(CCTV)를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분실물센터 관계자는 "수하물 수취대에서 골프백이 바뀌는 경우는 있지만 카트 위에 실려 있는 물건을 통째로 가져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의아해했다.이 관계자는 나아가 "누군가가 동료의 짐인줄 알고 아마 가져간 거 같다"며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씨의 골프백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다.이씨는 분실물센터측에 CCTV 확인을 요청했다.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NO'였다.이씨가 카트를 놔뒀던 곳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이른바 '사각지대'였다. 이씨는 황당했다.공항밖도 아니고 내부에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됐다.이씨는 분실물센터측에 "어떻게 국제공항에 CCTV 사각지대가 있다는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분실물만 관리할 뿐, CCTV 소관업무는 '제주공항공사'에서 한다는 얘기였다. 이씨는 "만약에 출구쪽에 누가 폭발물이라도 슬쩍 놓고 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몇번이고 센터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무거운 발거음을 뒤로 한 채 숙소로 향했다. 그런데 이씨의 '실 낮같은 희망'은 그날 밤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씨는 동료들과 간단하게 술을 한 잔 한 뒤 택시를 탔다.택시 운전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이씨는 아침에 있었던 골프백 분실 이야기를 했다.그 때였다.이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택시기사는 "골프백 조심해야 합니다"라며 말을 가로챘다. 그리고 그는 영화에서 나올 법한 황당스러운 얘기를 털어놨다.이 택시기사가 전하는 말이다."요즘 제주도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손님 골프백 조심하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공항 출구쪽에 봉고차를 대놓고 있다가 무차별적으로 골프백을 훔치는 일이 있습니다.일부 택시기사는 손님 골프백을 트렁크 뒤쪽에 놔뒀다가 잃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순간 이씨는 술이 번쩍 깼다.숙소에서 하루를 보낸 이씨는 다음날 아침 다시 분실물센터측에 전화했지만 자신의 골프백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는 분통이 터졌다. 골프백과 옷을 잃어버린 것도 화가 났지만, 분실물 센터직원들의 '정보 불감증'도 기가 찼다.일선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파다하게 퍼진 소문이 정작 공항내 직원들은 '금시초문'이라는 모습이 왠지 서글퍼보이기까지 했다. 제주도는, 아니 제주특별자치도는 국제 관광도시다.해마다 수백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이 곳을 찾는다.최근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잇따르고 있다. 이 곳에서 지금 관광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치졸한' 골프백 도난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뒷짐만 지고 있는 제주공항공사와 제주특별자치도는 대책마련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더 이상 이씨와 같은 사람이 나와서 모처럼 찾은 제주관광을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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