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가 크게 줄어들면서 쌀 1kg 가격이 근로자의 월급(2000원)과 맞먹는 '살인적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삼성경제연구소는 6일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대외 강경노선에 따라 국제사회의 원조가 크게 줄어들면서 식량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5월 쌀과 옥수수의 시장가격이 상승하면서 8월 현재 쌀은 kg당 2000원, 옥수수는 1000원 선에 육박한다. 이는 북한 근로자의 1인당 월급이 평균 2000원∼3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주민들이 감내하기 힘든 수준인 셈이다. 아울러 2008·2009 곡물연도 북한의 식량공급량은 486만t으로 최소 소요량(542만t) 대비 약 56만t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보고서는 "지난해에는 홍수와 같은 특별한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2008년 급등했던 국제곡물가격 역시 2009년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올해 장거리로켓 발사 및 2차 핵실험으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원조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식량 공급량 부족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어 최근 북한당국의 시장억압 조치 역시 식량가격 폭등을 부채질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2005년부터 사적경작, 중국산 곡물밀수, 협동농장 농산물의 시장유출, 곡물의 시장거래를 엄격히 단속했다"면서 "이로 인해 그간 식량난 완화에 기여해온 비공식적 식량공급이 감소하고, 시장에서는 사재기와 매점매석이 기승을 부리면서 식량가격이 폭등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시장의 확산에 따라 대량의 아사 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1990년대의 대량 아사사태는 식량감소 뿐 아니라 배급체제의 붕괴 때문"이라면서 "현재 북한에서는 시장이 활성화 돼 있어 돈만 있으면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식량공급 감소에 대한 피해는 후순위 배급계층과 그중에서도 '신 빈곤층'에 집중될 것"이라면서 "지역별로 경작지가 부족한 동북지방이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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