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C의 결정이 관건.. 청산이 최선일 수도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파산위기에 처한 미국 은행 CIT가 채무 조정에 성공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IT는 이날 자본확충 및 수익성 회복을 위해 채권단과 채무 조정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채무조정은 310억 달러 규모의 채무 가운데 최소 57억 달러를 줄이고 만기일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CIT가 부채를 57억 달러 이상 줄이지 못할 경우 ‘챕터11’의 파산 보호 절차에 돌입하고 채권자들이 채무 조정에 협조할 경우 CIT는 파산을 면할 수 있게 된다. WSJ은 그러나 설사 CIT가 당장 파산을 면하더라도 근본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중소기업 전문 대출업체들의 핵심적인 역량은 낮은 비용에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해 자금 조달에 제한이 따른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 이런 장애물이 사라진다 하더라도 CIT가 본래의 대출 업무를 부활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크레디트인사이트의 아담 스티어 애널리스트는 “CIT를 보았을 때, 이 기업이 레버리지를 낮추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채무조정에 성공한다하더라도 파산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스티어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CIT가 자본 시장에 다시 자본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선 93억 달러의 채무를 줄여야 한다. 이는 CIT측이 제시한 57억 달러보다 훨씬 많은 규모. 스티어 애널리스트는 CIT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예금에 대한 제재를 경감시켜달라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채무축소가 지금보다 더 큰 규모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업체인 CIT는 그 동안 신종기업어음(commercial paper)이라 불리는 단기채무 관련 자본시장에 의존해 자본을 조달한 뒤 높은 이자에 이를 대출하는 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금융위기 이후 관련 시장이 붕괴, 자본조달 능력이 떨어지면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예금은 안정적인 자본조달 창구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FDIC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CIT의 예금 확충을 제한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태다. 결론적으로 CIT의 운명은 FDIC의 결정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투자은행 KBW의 사미르 고케일 애널리스트는 “CIT가 채무조정에 성공해도 현재로서 그들의 사업 모델은 망가진 상태”라며 “CIT가 만약 FDIC의 도움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CIT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재무조정이 성공했다는 것을 전제로) 회사를 차례로 청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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