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부 국가 'IMF 쿼타 개혁'에 미온적.. 향후 충돌 예고
[아시아경제 장용석 기자] 지난 3~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0차 국제통화기금(IMF)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는 최근 세계경제의 역학구도 변화를 반영해 그동안 주요 20개국(G20)을 중심으로 논의돼오던 IMF의 역할강화와 개혁 방안을 IMF 내의 최고위급 회의체인 IMFC가 승인하고 향후 구체화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IMFC는 IMF의 24개 이사국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회의체로 형식상으론 IMF 연차총회 기간 중 열리는 총회 자문기구이지만, "실질적으론 IMF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다"는 게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의 설명이다.특히 우리나라의 윤증현 재정부 장관을 포함해 14개 G20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IMFC의 정위원(Governor)로서 참여하고 있단 점에서 이번 IMFC 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선언문은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186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IMF 차원에서 ‘추인’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IMFC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진 ▲세계경제의 지속가능한 회복 및 금융 안정 ▲IMF의 지배구조 개혁 ▲IMF의 임무와 감시활동 ▲IMF의 재원조성 및 유동성 공급 등에 관한 내용 역시 지난 G20 정상회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이었다.신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같으면 이번 IMFC 회의에 앞서 열린 선진 7개국(G7) 회의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컸을 텐데, G7 회의 내용 역시 G20 회의 내용을 반복하는 정도에 그쳤다”며 “IMFC도 앞서 G20 회의 결과에 대한 실질적인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그는 “G20가 앞서 정상 선언문을 통해 세계경제의 ‘최상위 포럼(premier forum)’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차기 의장국인 우리나라로선 앞으로 G20 이외의 국가나 기존 G7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조화를 이루냐가 관건이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번 IMFC 회의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보다 지배구조 등 IMF의 개혁 과제였다. IMFC는 공동선언문에서 과다 대표국에서 과소 대표국으로, 즉 선진국에서 신흥경제국과 개발도상국으로 최소 5%의 IMF 쿼타(지분)을 이전키로 합의했다.이는 곧 그동안 세계경제의 변방에 머물러왔던 신흥·개도국의 위상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수혜대상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을 기준으로 했을 땐 IMF 쿼타가 2.2%가 돼야 하지만, 실제 쿼타는 1.345%에 불과한 실정이다.그러나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 같은 쿼타 이전 논의가 결국 국제 경제무대에서 자신들의 발언권 축소를 불러올 것이란 점에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 차관보는 “쿼타 개혁의 경우 ‘최소 5% 이전’이란 큰 틀엔 각국이 합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의 쿼타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선 앞으로 이해 당사국 간의 충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이밖에 IMFC는 신흥·개도국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위기’를 맞을 경우에 대비한 예방책을 IMF가 마련토록 주문하기도 했다. IMFC는 “IMF가 대규모 외환보유액 축적처럼 신흥·개도국의 ‘자기보험(self-insurance)’ 욕구에 대응할 신뢰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또 IMFC는 세계 금융·경제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도 IMF의 국가간, 금융.실물간 감시활동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특히 IMF의 감시활동이 경상수지 거래에 국한되지 않고 거시경제와 금융부문 전체를 포괄할 수 있도록 임무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이와 더불어 세계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높이고 국제통화체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역할을 하도록 특별인출권(SDR) 기능확대 등 대안도 함께 연구해나간다는 방침이며, 앞서 G20 정상회의에서 저소득국가에 대한 융자 재원을 2배 확충키로 함에 따라 이에 대한 회원국들의 재원공여 참여를 촉구했다.한편 이번 IMFC에 참가한 최근 세계 경제상황과 관련해선 “단호한 정책공조 결과 조기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으나, 확고한 회복 국면에 진입하기 전까진 당분간 확장적 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 차관보는 “G20 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나라들이 ‘출구전략(exit strategy)’는 시기상조란 입장이었다”면서 “아직 ‘더블 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의 공포가 상당한 듯하다”고 부연했다.이와 관련, IMFC는 공동선언문에서 “우리는 견고한 회복이 확실해질 때까지 경기부양적인 재정.통화.금융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의 흑자에서 비롯된 글로벌 불균형 해소 방안과 관련해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추진 ▲불균형 확대 방지를 위한 국가별 구조개혁 추진 ▲IMF의 평가·분석기법 개발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이스탄불(터키)=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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