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의주식일기]17.대박비결은 없다?
"알로하!(Aloha!)"지난 17일 멀리 하와이로부터 편지 한통이 왔다. 미국 명으로는 어니스트 비온(Earnest Byon), 한국 명으로는 변의웅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주식 초보인 기자를 위해 장장 A4 용지 3장에 달하는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35년 간의 사업을 끝낸 이후 남은 여생을 주식 투자로 보내고 있다는 그는 약 15년 전, 기본 지식도 없이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왔다가 2억을 날려버린 사연을 먼저 공개했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미국 주식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에 1년 반 전쯤부터 증권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정석투자로 일관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소개했다. 한국처럼 회사 내부에 학연이나 지연의 인맥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고, 기업을 직접 찾아가 회사의 정세를 알아볼 수 있는 근거리에 있지 않기도 때문이다. 또한 루비니, 테라브, 파버와 같은 비관론자의 말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가다 손해를 본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을 고려할 때 그저 참고사항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장기 투자 역시 모든 투자자들이 꿈꿔야할 투자법은 아니다. 개미투자자나 소자본 투자자에게 몇 십년이고 돈을 묶어두는 투자는 효율성있는 투자로 통하기는 쉽지 않다. 그가 제시한 투자법은 이렇다. 1. 매수하고자 하는 회사의 재정 조건을 먼저 분석한다. 여기에 재무제표 분석은 필수적이다. 2. 재정 조건이 건전할 경우 그 회사의 주가 흐름, 즉 최고가와 최저가(지난 2년간)를 유심히 살펴본다. 3. 주가의 흐름을 매일매일 직접 기록한다. 그렇게 하면 그 종목의 주가가 자연 내 손에 익숙해지고, 변화가 있으면 이유를 찾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4. 그 회사의 상품이 미래 지향적인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한다. 그리고 유가에 따라서 회사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이 올 것인가를 예측해 본다. 해운업, 항공업에서 유가 영향을 필수 체크 요소다.5. 이러한 흐름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선호주가 어느새 생기게 된다.6. 전문가들의 말을 참고하되, 나만의 투자철학을 세운다. 7.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감정를 절제하는 것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대박 비결이란 없다며 모든 회사의 정보를 열심히 조사하고, 분석하고 노력하는 것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 본 기자는 일주일간 주식을 벗어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국가적인 큰 일을 치르면서 차마 종목을 선정하고, 그 움직임을 따라가고 분석하고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항상 변명을 앞세우는 기자를 되볼아볼 때 주식투자를 완성하는 단계는 아직도 멀었다.) 이에 HTS에 찍힌 기자의 잔고는 일주일간 변함이 없었다. 수익률 '0%'로 일관한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 주식시장을 다시 들여나보니 그간 들쑥날쑥 변화가 많았다. 돈을 딴 사람도, 잃은 사람도 존재했을 것. 다시 주식시장으로 들어가게 되는 지금, 본 기자는 생각이 많아진다. 좋은 투자법이란 무엇일까. 무조건 수익을 남기는 것? 당연한 일이다. 손해보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수익을 내기 위해 어떠한 나만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 본 기자가 이번주 만난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러한 말을 전했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주식시장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곳입니다. 어떠한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 현상을 치유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을 예측하고 분석해서 먼저 조치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의 길인 것입니다."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업종별 균형을 맞춰서 리스크 관리를 해 나간다면 주식쪽박이라는 말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주식시장, 만만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은 가지고 들어왔지만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현명한 투자가가 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 좋은 수익을 내기 위한 훈련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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