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 앞선 기술력...'에너지 독립국' 금맥캔다
<1> SK에너지 - 신재생 기술 프런티어
2차 전지 등에 아낌없는 투자
글로벌 선도 고부가제품 개발
종합에너지 회사 향한 날갯짓
SK그룹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술을 고스란히 베낀 후 저가의 유사상품으로 승부하던 과거의 2등 전략을 오래전에 폐기했다.
기술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이나 위험부담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커지지만 'SK만의 기술', 'SK만의 노하우'를 갖추지 못하는 한 세계 초일류 기업은 요원하다는 최고 경영진의 판단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인재를 키우고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SK, 그 오랜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서 글로벌 기업의 꿈도 함께 익어가고 있다.
◆규모의 한계, 기술력으로 돌파 =지난달 5일 SK에너지 광화문 사옥에서 뉴스를 지켜보던 직원들의 입에서 자그마한 탄성이 터져나왔다. 3년을 끌어온 일본 토넨사와의 LiBS(Lithium-ion Battery Separator·리튬이온전지분리막) 특허침해 소송 최종심에서 승소를 거둔 것.
LiBS는 양극과 음극을 차단하고 전자의 이동을 돕는 미세 다공성 필름으로 휴대폰 등 이동 정보통신 기기의 주 전력원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에서 없어서는 안될 핵심 부품으로 SK에너지가 2004년 세계에서 세번째로 독자개발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전량 일본 수입품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국산화에 성공한 SK에너지가 양산에 나서자 2006년 3월 일본의 토넨사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 3년간의 지루한 법정다툼을 벌여야 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력과 우수성을 인정받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SK에너지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791억원, 연간 순이익 8881억원중 10% 가까운 금액이다. 설비투자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투자여력을 대부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SK에너지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소에너지,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매년 수억~수십억달러를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이중 지난 2004년 SK에너지가 독자개발에 성공한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는 1990년 중반이후 이동통신 기기 수요증가로 전력원인 리튬이온 2차전지의 수요도 함께 늘어나면서 LiBS시장은 매년 15~20%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오는 2010년 이후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 전동공구 등에 2차 전지가 사용되면 시장규모는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2003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본격 연구에 들어가 1년만에 상업화에 성공한 뒤 3호 생산라인까지 건설하는데 5년이 채 안걸렸다"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통상적인 연구개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험실과 시험공장. 양산 규모의 연구를 동시에 시행하는 과감한 추진력과 연구진의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매출액 45조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1분기, 8조 105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경제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실적을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연간 수출액 200억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같은 놀라운 성과의 배경에는 생산제품 전량이 해외로 수출되는 고도화설비가 한몫을 했다. SK에너지가 2조원을 들여 세운 제3고도화 설비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생산에 들어가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 생산과 수출이 크게 늘었다.
SK에너지의 고도화설비는 해외수출의 첨병 노릇을 하며 SK에너지의 수익성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공장 고도화설비 전경.
고도화설비는 저부가가치의 벙커 C유 등 중질유를 휘발유, 경유 등 경질 고부가가치 제품을 재정제해 주는 설비로 '지상유전'으로도 불린다.
◆'친환경·신재생'으로 도약 발판마련="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에너지 독립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구자영 SK에너지 사장)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의 꿈은 SK에너지가 더이상 정유회사가 아닌 '종합에너지 회사'로 불리는 것이다. 수십년 뒤면 밑천을 드러낸 석유에 의존해서는 결코 SK에너지의 미래를 담보받을 수 없다는 게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구자영 사장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SK에너지를 정유사에서 종합에너지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해 왔다.
대덕에 위치한 SK에너지 기술원에서는 SK에너지가 개발한 2차전지를 탑재한 하이브리드카가 시험 운행중이며 실험실에서는 영하 30~영상 60도를 오르내리는 급격한 온도 변화속에서 2차 전지에 대한 지속적인 전기 충·방전을 통해 운행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미 3년전 세계적인 수준의 에너지·출력 밀도를 가진 리튬 폴리머 배터리 개발에 성공, 미국에서 판매중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에 이 제품을 창착해 시험운전에 들어갔다.
또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국책연구소 알곤내셔널랩(ANL)과 샌디아내셔널랩(SNL) 카이스트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SK에너지는 그동안 파나소닉, 산요 등 일본 업체들이 독식해온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시장 진출을 위해 미래형 자동차인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와 전기 자동차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고성능 배터리 개발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는 이와 함께 90년대초부터 쳔연가스 및 메탄올을 원료로 하는 고순도 수소 제조 장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1999년부터 4년동안 연료전지 자동차용 연료 개칠 장치를 개발하기도 하는 등 노하우를 축적해온 결과 2003년부터 3년간 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에 참여해 LNG용 수소 스테이션 리포머(Reformer)개발에 성공했다.
또한 2004년부터는 산업자원부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중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수소 스테이션 국산화 기술개발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본격적인 수소스태이션 개발작업을 진행중이다.
수소 스테이션은 연료전지 자동차의 연료인 수소를 주유소처럼 충전할 수 있는 설비로 SK에너지는 국내 경쟁사와 달리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핵심기술인 수소제조장치를 자체 개발해 적용함으로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미래 청정 에너지 시대로 이끄는 것을 사회적 사명으로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소 에너지 및 인프라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왔다”며 “수소 스테이션 개발은 미래 수소 에너지 시대의 인프라 구축의 의미와 함께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국으로 향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SK에너지의 수소스테이션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핵심기술인 수소제조장치를 자체 개발해 기술력에서 경쟁사에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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