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간에서 낭만의 장소로 '옥상정원'

[송광섭의 꽃예술과 조경이야기]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만 가득한 도시 속에 갇혀 있다 보면 흙의 감촉과 땅의 냄새가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옥상정원은 도시민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이다.옥상은 더 이상 지저분한 물건을 쌓아두고 빨래를 널어두는 공간이 아니다. 옥상정원은 ‘죽은 공간’으로 방치되던 값비싼 대지인 옥상을 쓸모있는 공간으로 부활시킬 수 있는 요지다. 또한 옥상정원은 숨 막히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자연의 생명과 활력이 넘치는 녹색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거점이다. 무분별하게 개발된 도심 환경 속에서 옥상 녹화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선 우리 현실은 녹화할 땅이 크게 부족하다. 서울시를 예로 들더라도 빼곡히 들어선 건물로 인해 빈 땅을 찾기 어렵다. 옥상 녹화는 도심지역의 부족한 녹지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도시환경에 자연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생물이 살아 숨쉬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자연생태계 복원에 기여할 수 있는 데다 도시미관을 크게 개선시키는 이점이 있다. 동식물이 살 수 없는 공간은 인간에게도 큰 해악을 끼친다.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갈구하는 자연의 모습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옥상 녹화는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도시의 발달은 인간과 자연의 접촉 기회를 그만큼 줄이고 있다. 숲이 사라지면서 대기 오염도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생활권 공원면적 1인당 1㎡를 늘리기 위해서는 1032만 1496㎡의 녹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 땅값을 최소 100만 원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103조원이 넘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1인당 1㎡의 지상녹지면적을 더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옥상녹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옥상녹화는 많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 옥상녹화로 건물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건축주는 임대료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세입증대 및 인접지역의 활성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옥상녹화 시 냉난방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에너지 비용 절감 및 건축물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옥상에 나무와 화초류를 식재할 경우 온도변화에 따른 손상을 예방할 수 있고, 따라서 건물 내구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건물 신축시 지상에 의무적으로 일정 면적 이상의 조경면적을 확보해야 하는 규정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새나 곤충의 서식지가 되고 야생동물의 이동통로 역할도 담당한다.
또 도시경관이 향상되고 휴식공간이 늘어난다. 대기오염도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의 흡수로 자연 공기 정화 능력이 향상되고, 도시 열섬 현상도 완화시켜 준다. 지붕조경을 도입한 건물의 표면 온도는 기존 옥상 표면보다 약 2도 정도가 낮고, 건축물 옥상 전면을 녹화할 경우 연간 약 16.6%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옥상 녹화의 토양층은 소리 파장을 흡수해 분쇄시킴으로써 소음을 감소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20cm의 토양층이 46db의 소음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상 조경작업 시 점경물이나 자연석, 수경시설, 디딤돌, 울타리, 조명, 벤치, 퍼걸러, 목재 데크 등의 소품을 활용하면 보다 아름답고 생기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석등은 한국적인 정원을 표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주로 사용되며, 정적인 분위기 연출에 좋다. 물확은 한국적 이미지를 풍기는 중요한 점경물이며 고여있는 물은 주변분위기를 정숙하고 차분하게 해준다. 송광섭 기자 songbir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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