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아파트만 지으면 땡?

강일 1지구 입주민들, 학교·교통 문제로 불만 속속

9월 개교 예정인 강일초등학교 공사현장과 주변 강일지구 아파트 단지 일대 모습

"아파트만 만들어 놓고 학교도 없고 도로도 엉망인 곳에 살라는게 말이나 됩니까? (SH공사가)공공사업이라고 이주시켜놓고, 입주권 받아 몇년을 기다려 들어왔는데 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시설은 보장해야 하는것 아닌가요?" 서울 강동구 강일1지구 리버파크에 지난 3월말께 입주한 이철수(가명)씨는 언성을 높였다. 이씨는 강일지구가 아닌 타지역에서 재개발로 인해 철거민이 됐고, 이주기간동안 종로에서 살다가 강일지구 입주권을 가지고 지난해 10월 후분양으로 특별분양받아 이곳에 입주하게 됐다. 초등학생 자녀가 둘이나 되고, 직장도 강남 쪽인 이씨는 강일지구에서의 지난 1달 동안이 지옥같았다. 우선은 아이들 학교문제가 컸다. 원래 3월에 개교예정이었다던 인근 강일초등학교가 오는 9월로 개교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왕 이렇게 돼, 이씨는 2학기에 아이들을 전학을 시킬 셈으로, 강일지구에 입주한 후에도 출퇴근시 아이들을 종로까지 자신의 자가용으로 통학시켰다. 하지만 강일지구에서 종로로 그리고 강남에 있는 직장으로 이동하는 일은 결코 수월치 않았다. 아이들도 지쳐서 종종 앓는 경우도 많이 생겨, 결국 지난 4월말께 강일지구에서 그래도 가깝다는 약 2.5km 거리의 학교에 부랴부랴 아이들을 전학시켰다. 이씨는 전학을 시키고도 길이 위험해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듯 지난 3월 24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강일 1지구 리버파크 입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학교나 도로 등 제반 인프라가 입주 전에 갖춰지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 그나마 이런 민원이 속출하자, 시행사인 SH공사측에서 임시방편격으로 해결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 하일동 360번지 일대에 위치한 강일1지구 리버파크는 총 10단지 6410가구 규모로 특별분양이 2328가구, 장기전세주택 1764가구, 국민임대 2318가구로 이뤄져 있다. 입주 후 두달 이상 지난 현재, 이곳 입주율은 강일리버파크 입주자 연합회 추산으로 1지구 전 단지 평균 40~50%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계약 후 잔금을 치른 가구수를 조사한 것으로, 실제 살고 있는 가구는 더 적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가장 민감한 사안이 된 학교문제에 대해 강동교육청 측에서는 "학교 용지 공급지연에 따른 절대공기의 부족으로 강일초등학교 개교가 지연됐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학교용지 부지가 원래는 2개로 예정됐었지만 계획을 변경, 부지 1개를 체육시설로 용도 변경토록 교육청과 구청에서 추진중이어서 입주민들의 원성을 높이고 있다. 입주자 연합회 측 조사결과, 현재 입주자 전입률 50% 기준으로 5세 미만이 900명, 6~7세 아동이 1000명으로 앞으로 초등학교에 진학할 미취학 아동이 2000명 가량으로 집계돼 전입률 100%로 추정할 시 최소 학교 부지는 2개 이상이 필요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시행사인 SH공사측에서는 "교육청이 수요조사 등을 통해 1개 부지를 학교용도로 쓸 계획을 폐지한 것으로 안다"며 "학교문제는 교육청 소관"임을 강조했다. 입주민 김재현(가명)씨는 "지난 5월께에야 민원들의 속출로 SH공사 측에서 스쿨버스를 통해 학생들을 통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설립예정인 미사리 중학교는 이제야 부지를 닦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 도로사정도 말썽이다. 상일역에서 강일 1지구까지는 강일2지구 공사와 열병합 보일러공사로 소음과 먼지가 심하고 보행하기에 위험한데 간신히 도로 바로 한켠에 임시 막을 설치해 보행자 통로를 만들어 놨다. 교통도 불편하다. 서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래여울 쪽으로 1km를 더 나가 P턴식으로 다시 1km를, 총 2km를 돌아서 88올림픽도로를 타야 가능해 시간 소모가 크다. 입주자들은 서울 지하철 5호선 상일역과 인근 고덕지하철차량기지까지 연결돼 있는 철로에 입주 전 지하철 정거장만 세웠다면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을 크게 해결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학교 및 교통 문제에 대해 김경태 SH공사 토목조경팀장은 "대단지 개발과정에서 기반시설이 제때 잘 갖춰져야 하겠지만, 이번의 경우 주변 여건이 안돼 단계적으로 해나갈 수 밖에 없었다"며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부모 입주민들에 한해 잔금을 치뤄야 하는 입주지정기간을 5월21일에서 7월 31일로 연장토록 배려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또 "강일역을 만들어 지하철을 연장하는 계획도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일지구의 특별분양 입주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서울시청, SH공사,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분양가를 원가수준으로 상정해 달라"는 민원을 넣은 바 있다. 토지보상법 제 78조 제4항에 근거, "이주대책 내용에는 이주정착지에 대한 공공시설 등 생활기본시설이 포함돼야하며, 이 비용은 사업시행자의 부담으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시정권고를 요구하고 있다. 강일지구 분양가는 전용면적 84㎡기준 평당 1024만원으로 책정됐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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