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발인…대한민국은 통곡했다

모든 걸 털어내버려 편안한 듯 영정 사진 속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웃고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통곡했다.   태양도 차마 고인의 가는 길을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는지 태양도 잠시 구름뒤로 얼굴을 가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인식이 진행된 2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아침은 슬픔과 아쉬움으로 가득찼다.   이날 발인식은 오전 5시 정각 육ㆍ해.공군 의장대 10명으로 이뤄진 운구병이 태극기를 씌운 노 전 대통령의 관을 봉하마을 마을회관 빈소에서 분향소 앞으로 옮겨 운구차에 싣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마을회관 앞 광장에선 발인 때 문 앞에서 치르는 간단한 의식인 견전제(遣奠祭)가 진행됐다.   유가족이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축문이 낭독되자 밤새 분향소를 지킨 조문객들 사이에서는 울음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견전제 후 일행은 영정과 국민훈장을 들고 사저와 생가를 돌아봤다.   딸 정연씨와 손녀의 손을 꼭 잡은 권 여사는 골목길에 모여 오열하는 조문객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전했지만 울음을 참진 못했다.   사저에 도착한 일행은 고인이 얼마 전까지 머물며 체취를 남긴 서재와 침실ㆍ거실 등을 둘러봤다.   고인에게 마지막으로 삶의 공간을 보여준 것.
  유족 등이 사저에 간 사이 노 전 대통령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천천히 마을회관 입구로 이동했다.   운구차량이 자리를 잡은 오전 5시27분께 2만여명의 조문객들은 노사모 회원들이 미리 접어둔 노란색 종이비행기를 눈물과 함께 영구차를 향해 날렸다.   이 순간 운구차량 위에는 순백색의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 들어 고인을 보내기 아쉬운 듯 운구차량 위 상공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이 비둘기는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운구차량이 옮겨질 때까지 주변을 날아다니 운구행렬이 서울로 출발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조문객들은 '(비둘기를) 누가 보낸거냐'며 오열했다.   운구행렬이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하자 마을 스피커에선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좋아했던 '상록수'가 울려 퍼졌고, 봉하마을은 울음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을 떨며 우는 사람, 어린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아이의 머리 위로 연신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는 사람, 소리내 통곡하는 사람 등 순식간에 봉하마을은 눈물바다가 됐다.
  경기도 포천에서 온 대학교 4학년 유현옥(23ㆍ여)씨는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방패가 되 준 분이셨다"며 "해외에서는 당당했지만 우리 국민들 앞에서는 (국민들을 품어주느라)한없이 약한 분이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출근 전 발인식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같이 봉하마을을 찾은 공주영(26ㆍ여ㆍ부산 영도)씨는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뽑은 대통령"이라며 "(선거권이 생긴 이후)처음 투표한 대통령이다. 절대 못 잊을 것 같다"고 흐느꼈다.   25일 봉하마을의 아침은 이렇게 애도와 통곡으로 물들었다. 김해=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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