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
[칸(프랑스)=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올해로 62회를 맞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 칸국제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12일간의 축제를 시작한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경쟁부문에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진출한 것을 비롯해 △주목할 만한 시선='마더'(봉준호) △비경쟁부문=여행자(우니 르콩트, 한불합작) △감독주간='잘 알지도 못하면서'(홍상수), '먼지아이'(정유미) △비평가주간='6시간'(문성혁) △시네파운데이션='남매의 집'(조성희), '경적'(임경동) △ACID='허수아비들의 땅'(노경태) △클래식='연산군'(신상옥) 등 총 10편이 초청됐다.
▲ 박찬욱 감독, 19명의 거장들과 나란히
올해 칸 경쟁부문에 선정된 20편 중에는 유난히 거장들의 신작이 눈에 많이 띈다. 쿠엔틴 타란티노(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페드로 알모도바르(브로큰 임브레이시스), 이안(테이킹 우드스탁), 제인 캠피언(브라이트 스타), 켄 로치(루킹 포 에릭), 라스 폰 트리에(앤티크라이스트), 알랭 레네(와일드 그래스) 등이 대표적인 감독들이다. 타란티노, 로치, 트리에, 캠피언 등 네 명의 감독은 이미 한 차례씩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단한 감독들이 초청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만 해도 벌써 상이라도 받은 기분"이라고 말한 박찬욱 감독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
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영화가 전무한 가운데 올해 경쟁부문은 서유럽과 아시아, 미국의 삼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명의 감독이 포진하고 있는 프랑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 감독들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찬욱 감독 외에도 대만 출신으로 할리우드 활동하고 있는 이안, 대만의 차이밍량, 중국의 로우 예, 홍콩의 두기봉, 필리핀의 브리얀테 멘도자 등이 황금종려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한국 영화의 수상에 대한 기대도 높다. 2007년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황금종려상 다음으로 값진 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해 올해 '박쥐'의 수상 가능성을 놓고 국내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열연을 보여준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벌써부터 점찍는 관계자들도 많다.
▲ 봉준호-홍상수 나란히 칸 진출, 韓독립영화의 급성장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공식 부문 중 경쟁부문과 함께 가장 중요한 섹션으로 여겨지는 주목할만한 시선에 진출했다. 주목할만한 시선은 대개 경쟁부문에서 밀려났지만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성, 실험성이 높은 작품들 위주로 선정된다. 때로는 경쟁부문 상영작보다 완성도나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가 더 많기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칸의 사랑을 받아온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태국 펜엑 라타나루앙도 올해는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마더'에 대한 칸의 관심이 결코 '박쥐'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다.
홍상수 감독의 '잘알지도 못하면서'는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칸 집행위원회가 아니라 프랑스감독협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비공식 부문이지만 현장에서 뛰는 감독들이 선정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깊다. 홍상수 감독은 이미 '극장전'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2년 연속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어 그에 대한 칸의 애정은 여전함을 알 수 있다.
독립영화와 단편영화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한국영화는 1999년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돼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래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3편의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를 칸에 진출시켰다. 올해에는 학생 단편 경쟁부문인 시네퐁다시옹 부문에 '남매의 집'과 '경적'이 초청됐고, 애니메이션 '먼지아이'가 감독주간에, 비평가 주간에는 '6시간'이 초청돼 한국 독립영화의 위상을 드높였다. 두 편의 한불 합작영화 '여행자'와 '허수아비들의 땅'도 관심을 끄는 작품들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브래드 피트, 조니 뎁, 콜린 파렐, 장쯔이, 모니카 벨루치, 주드 로
▲ 송강호에서 원빈까지, 브래드 피트에서 조니 뎁까지
예년에 비해 할리우드 대작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여전히 올해에도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칸을 방문할 예정이다. 타란티노의 '인글로리어스 배스터즈'에 출연한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히스 레저의 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 출연한 조니 뎁, 콜린 파렐, 주드 로가 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독립영화 '프레셔스'에는 가수 머라이어 캐리와 레니 크래비츠가 조연으로 출연해 칸을 찾을 예정이며 프랑스의 모니카 벨루치, 뱅상 카젤 부부는 각각 공식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상영작 '돈트 룩 백'과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 포르투갈 영화 '어드리프트'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다. 또한 장·단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이자벨 위페르, 대만의 서기, 중국의 장쯔이도 칸을 찾는다. 한국 영화인으로는 이창동 감독이 장편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 배우들도 총 10편이 초청된 만큼 대거 칸으로 향한다. '박쥐'의 송강호·김옥빈·김해숙·신하균과 '마더'의 원빈·김해숙·진구를 비롯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김태우와 동생 김태훈이 '6시간'으로 칸을 방문한다. 또한 배두나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에 출연해 칸에 초청됐다. 한국계 프랑스 감독 우니 르콩트 감독이 연출하고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여행자'에 출연한 세 아역배우 김새론, 박도연, 고아성은 칸 레드카펫을 밟는 국내 최초의 아역배우가 될 전망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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