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대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은 활발히 이뤄졌다.
◆M&A금액 뚝...경기침체+지분가치 하락 영향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2008년 기업결합(M&A)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M&A 금액은 142조8000억원으로 2007년(297조원)에 비해 51.9%(154조2000억원)나 급감했다.
지난해 7월 자산기준이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상향조정된 데 따른 심사 감소분을 제외하면 23%가량 줄어들었다. 건당 M&A 금액도 3037억원으로 전년(4386억원)대비 30.8% 줄었다.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건수는 550건으로 전년대비 35.8%줄었으나 심사기준 변경을 고려하면 실제 M&A건수는 11.6%가량 늘어났다.
국내 기업의 M&A 심사건수는 총 502건으로 전체의 91.2%에 달했으나 결합금액은 21조5000억원으로 전체의 15.1%에 그쳤다.
국내기업의 건당 평균 M&A금액은 510억원으로 37.3% 감소했다. 금액기준 상위 10대 국내기업 M&A 평균금액은 9784억원으로 2007년(1조8580억원)에 비해서 37.3%나 줄었다.
한철수 시장감시국장은 "경기침체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이 드는 M&A를 회피한데다 주가 하락으로 기업 인수가액이 줄어든 영향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가운데 올 1분기 M&A 심사건수는 73건으로 전년동기대비 52%(81건)이나 급감하며 경기침체 영향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 금융업 잇따라 진출...서비스업 M&A 꿋꿋
경기침체 속에서도 , 롯데, , , 등 대기업들은 지난해 계열사 출자 등을 통해 증권사와 보험사 등 금융회사 인수에 적극 나섰다.
현대차가 신흥증권(현 )을 인수했고, 롯데는 대한화재해상보험(현 롯데손보),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했다. 한화는 제일화재해상을, 현대중공업과 두산은 각각 CJ투자증권(현 HI투자증권)과 BNG증권중개를 가져갔다.
이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증권사 업무영역이 확장된데다 금산분리 완화 추세 등을 고려한 대기업들의 금융자본 진출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함께 지난해 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넥슨의 네오플 인수 등 정보, 통신, 방송 등 서비스업의 M&A는 활발히 진행됐다. 지난해 서비스업의 M&A는 총 52건으로 전년대비 48.6%(17건) 증가했다.
유통업 분야에서도 의 하이마트 인수, 의 경방유통 경영권 인수 등 전년대비 50%가량 늘어난 15건의 M&A가 성사됐다.
반면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M&A 건수가 줄었다. 기계장비, 전자부품·영상음향 제조업의 경우 전년대비 각각 45%, 18.8% 감소한 12건, 26건에 그쳤다. 화합물과 자동차·트레일러 분야의 M&A는 각각 24.1%, 91.6% 늘어났다.
이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정보통신 등 신성장산업과 유통 분야 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며, 제조업 가운데 석유화학분야 M&A가 다소 활발히 일어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기업간 M&A 대규모...수직결합 늘어
지난해 이뤄진 M&A 금액 142조8000억원 중 외국기업간 M&A는 총 121조2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2007년(154조7000억원)에 비해 21.6% 줄어든 수치다.
국내기업관련 M&A는 21조5000억원에 그쳤다. 건당 M&A규모 역시 국내기업은 510억원에 불과했으나 외국기업은 2조5000억원으로 5배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기업들의 국내기업 인수도 상당부분 감소했다. 인수건수는 16.1% 줄어든 47건에 그쳤고, 총 M&A규모도 1조4000억원으로 12.5% 감소했다. 미국기업의 국내기업인수는 8건으로 전년대비 42.9%나 줄었다.
M&A유형별로 보면 안정적 원료 공급이나 유통경로 확보를 위한 수직결합이 전년대비 90%나 늘었다. 비슷한 사업영역을 가진 업체를 인수하는 수직결합의 경우 총 57건으로 전년(30건)에 비해 두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경쟁기업을 인수하는 수평결합은 9.6%늘어난 140건이었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혼합결합은 345건으로 5.2% 증가에 그쳤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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