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 장관 길들이기에 민생은 뒷전

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오해가 있었다' '죄송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에서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이 자리가 분명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과 함께 의견교환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질의 내용은 윤 장관의 언행을 질타하며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게 대부분 이었다. 의원들은 강만수 전 장관이 지난 연말 국민들에게 플러스 성장률을 발표하고 대통령 보고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한 것과 관련,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전 장관의 잘못에 대한 현 장관의 책임을 반복해 묻고 답하는데 오전 시간이 다 흘러가버렸다. 지난 2월 한 강연에서 국회를 가리켜 '깽판'이라고 비난한 이른바 '깽판 국회' 발언에 대해서도 갸결국 윤 장관은 "국회가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길 바라며 한 말이었는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여당 국회의원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정부의 오락가락 경제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윤 장관이 "세계경제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해 예측을 잘못하건 사실이다"라고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질의시간이 부족하다면서도 반복해 책임 여부를 물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이유는 다름아닌 고용유지 및 일자리 창출에 따른 서민민생안정이다. 물론 잘못된 장관의 언행에 대한 질타가 있을 수는 있지만 28조9000억원을 놓고 주객이 전도된 회의를 진행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어려운 나라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밤새 고민해도 모자랄 시간이지 않은가. 추경 예산 심의과정이 '장관 죽이기'가 아닌 '서민 살리기'가 되야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의미있는 추경 공방전을 벌이길 바란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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