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내 반대 여론에 난처.. '정책 신뢰' 흠집 불가피
침체된 주택거래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정부가 내걸었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제도'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자들을 위한 세금감면’이라는 따가운 지적에 야당은 물론, '표심'을 잃을 것을 우려한 여당까지도 반대의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정책 자체가 '백지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마저 나오면서 지난달 16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시행 중인 기획재정부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13일 재정부와 한나라당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정부가 내놓은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키 위해 오는 15일 정책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원내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부안(案) 발표 직후부터 "투기 조장이 우려된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다, 서병수 위원장 등 국회 재정위 소속 의원들도 "1가구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조치를 시행한 지 불과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3주택 이상자로까지의 확대는 서두를 일이 아니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정책위원회 관계자 또한 "과도한 세(稅)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정책위의 입장"이라면서도 "당내에 여러 의견이 있는 만큼 이를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어, 그동안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는 비정상적인 제도였다"며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를 자신해온 재정부의 표정이 머쓱해졌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정책이 시장에서 시행 중인 상황인 만큼 정부로선 되돌리기 어려운 형편이다"면서 "부동산 정책의 경우 예전 같으면 여당이 정부를 대신해 야당을 설득하고 풀어나갔는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정간 정책협의까지 다 끝내놓은 사안을 놓고 이제 와서 무슨 딴 소리냐"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달 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당의 처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재정부는 싫은 소리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끙끙 앓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론 일부에선 이번 여당발(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논란이 나름의 정치적 전략에 따른 것이란 전제 하에 "결국엔 당정 간에 타협점을 찾는 모습을 연출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여야가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놓고 대립 국면에 치달았던 당시에도 여당 지도부는 이 문제를 당정 간 논리 대결로 몰고 가면서 개편안을 무난히 처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일부에선 이번 양도세 문제도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내기도 전에 시행에 나서면서 최근 윤증현 재정부 장관의 '깽판 국회' 발언 논란과 함께 "행정부의 입법부 무시가 지나치다" 등의 비판이 일었던 점을 들어 "당이 정부의 '정책 독주'를 견제키 위해 이번 사안을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어떤 식으로 정리되든 그 과정에서 시장의 혼란이 야기된 사실 하나만으로도 윤 장관이 누누이 강조해온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흠집이 가게 됐음은 분명해 보인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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