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100만달러 盧와 공범관계로 정상문 구속영장 청구
法, 소명 부족하다 기각…검찰 수사 급제동 걸리나
盧 조카사위 연철호 체포, 천신일 회장 출국금지
숨가쁘게 달려온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10일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100만달러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을 공범 관계로 봤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큼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소명 부족' 정상문 영장 기각 =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 심사를 맡았던 김형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정도로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와 수사진행 상황으로는 피의자를 구속시킬 만한 사안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영장 심사에서는 법원의 본안 재판과는 달리 범죄 혐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소명'이 있을 경우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감안해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를 법원이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급제동을 건 셈이다.
김 부장판사는 또 "수사 내용과 제출된 자료만으로 피의자를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를 부당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권 및 방어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영장 재청구 할까 =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은 우선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보강조사를 한 뒤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조만간 소환해 혐의 입증을 위한 충분한 증거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정 전 비서관을 전격 체포해 불과 이틀 동안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충분한 기간을 두고 추가 증거 및 진술을 확보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검찰의 속내다.
이를 위해 검찰은 다음주 후반까지 노 전 대통령 부부를 소환할 수 있도록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盧 조카사위 연철호 체포, 천신일 출국금지 = 검찰은 10일 오전 박 회장에게서 500만달러를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를 전격 체포하고,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연씨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해 2월 박 회장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500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몫으로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돈의 실체에 대해 궁금증이 쌓여왔다.
이밖에도 검찰은 박 회장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 등과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출국금지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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