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 경우 국내 소형 업체 1곳만이 석면오염 탈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 덜했지만 제약사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게 생겼다.
국내 제약사 순위 5위 안에 드는 업체 중 3곳에서 석면탈크를 사용한 사실이 취재결과 밝혀졌다. 해당 업체들은 파장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제품회수에 착수했다.
상위제약사 A사는 모두 6개 품목이 석면에 오염된 것으로 자체 조사결과 밝혀져 즉각 회수조치에 들어갔다.
항생제, 소화제 등 흔히 쓰이는 약들로 6개 제품의 매출을 합하면 지난해만 20억원에 이른다.
또다른 대형제약사 B사도 3개 제품을 발견했다. 이번엔 암치료 등 위중한 질병에 쓰이는 약이며 연매출은 합계 10억원 안팎이다.
이 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정식 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전이라 리콜을 결정하진 않은 채 일단 제품 출하만 중지시켜 놓았다.
C사 역시 바이러스 감염에 사용하는 약 1개 품목을 찾아내 생산 및 출하를 중지시켰다.
그 외 상위제약사들은 내부 생산 담당자들의 말을 빌어 "(석면오염 탈크를 공급한) 덕산약품과 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오염 제품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자체 공장에서 생산한 품목이 아닌 '위탁생산 품목'까지 원료 공급처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어, 식약청 조사에서 추가로 오염 제품이 나올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의약품 제조에서 탈크는 알약의 모양을 잡는 데 필요한 '부형제' 혹은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활택제로 사용된다.
하지만 알약의 전체 중량이 100g일 경우 부형제나 활택제는 0.1g 즉 1/1000 수준이며, 탈크의 함량은 또다시 그 중 일부에 불과해 위해성은 크지 않다고 업체들은 설명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의약품에 사용된 탈크의 위해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명단이 발표될 경우 회사 신뢰도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식약청의 신중한 발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은 8일 오전 10시 전문가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어, 석면이 함유된 탈크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할 방침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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