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김중겸 사장 등 직원과 소통창구 활용
정준양 포스코 회장 'CEO블로그' 화면
'LG와 광고를 이 수주했습니다. 애니콜이 드디어 노키아를 제쳤습니다. 제일기획의 힘입니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이 지난 1일 만우절 자신의 블로그 '이달의 낙서(樂書)' 코너에 올린 글의 한 대목이다. 세상이 팍팍할 때일수록 엉뚱한 농담이 근엄한 웅변보다 훨씬 위로가 된다면서 이같이 애교속인 거짓말을 남긴 것.
CEO들이 블로그, 홈페이지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하루하루가 비상근무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기업 CEO들이 경영 철학과 방향을 보다 빨리 임직원들에게 알리고, 말단 직원의 생각과 아이디어까지 여과 없이 듣고 대화할 수 있는 창구로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준양 회장은 최근 그룹 정보공유포털 사이트 안에 'CEO 블로그'를 개설했다. 블로그에는 이재무 시인의 시집 '위대한 식사'중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 말없는, 분주한 수저질...'이라는 대목이 올라 있는데, 정 회장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대화의 중요성을 시 구절로 강조한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매일 진행하고 있는 직원들과의 조찬 간담회 대화 내용과 소감도 밝히고 있다.
김중겸 사장은 개인 홈페이지를 현대건설 상황에 맞춰 기능과 내용을 확대 개편했다. 핫라인 성격의 'Mail to CEO' 코너를 통해 실명으로 직접 사장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고 답변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그룹 오너들은 이미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회사 소식과 자신의 경영활동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홍 LS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오너인 까닭에 주로 정보 제공 기능에 머물러 있지만 메일 보내기 기능을 통해 궁금해 하는 사항을 보내면 CEO가 직접 답변 메일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홈페이지 'CEO 딕셔너리' 코너에는 '프리젠테이션(PT)은 미니스커트처럼 하라', '계란을 남이 깨면 계란 프라이가 되지만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된다'등 이 회장이 만든 새로운 단어와 말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경영활동과 에너지, 문화산업 등의 그룹 경영활동과 자신의 언론 인터뷰나 기고, 블로그 뉴스를 담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다보스포럼의 참관기를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달해 화제를 모았다.
홍준기 사장은 자신의 별명을 딴 '코웨이 해피홍'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통해 경영과 개인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매달 두 세 차례에 글을 올린다. 지난달 31일에는 '크게 웃어보자'는 제목의 글 속에 직원이 찍어준 자신의 웃는 사진을 게시했다.
작년 말 한전 자회사인 한전KDN 사장으로 취임한 전도봉 사장은 군 시절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지 않은 상태다. 제목부터 '그대 이름은 해병대'로 시작해 군 시절의 지휘철학 코너는 물론 홈피의 각종 사진은 해병대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인쇄ㆍ그래픽기자재전문업체인 성도GL 김상래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내 CEO코너를 통해 자신의 동정과 칼럼 등 다양한 글로 매월 수 차례 업데이트한다. 인쇄업계 산증인인 김남춘 회장의 아들로 해외 유학과 대기업에 근무하다 가업에 참여한 2세경영자다. 그의 '삼더정신'은 '더 똑똑하게, 더 빠르게, 더 즐겁게' 란 축약이다.
공부하는 CEO, 노래하는 CEO로 유명한 심갑보 삼익THK 부회장은 38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만난 인연과 배움의 장소라면서 늦깎이 홈페이지를 오픈했다.
자신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소개한 CEO도 있다. 파워 블로거로 불리는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들과 사업과 기술에 관한 아이디어와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회사 생활 대부분을 자동차 업계에서 보낸 전명헌 전 에델만코리아 회장의 블로그에는 자동차와 관련한 소식으로 가득 찼다. 최근에는 지난 2일 '2009 서울모터쇼' 전시장을 직접 취재해 사진과 글을 올렸다.
산업부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