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美정부 협박해 구제금융 받아내

파산 논란으로 연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이 구제금융을 지원 받기 위해 미국 정부를 협박한 사실이 드러나 또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하지만 더 곤혹스러운 것은 AIG가 파산할 경우 실제로 15개 금융기관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로부터 지난 2일 300억달러를 추가 지원 받은 AIG가 4번째 구제금융을 지원 받기에 앞서 제출한 자료를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AIG는 자사의 파산을 막으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재무부로부터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사가 망하면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가 붕괴할 때보다 파장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AIG가 자신의 몰락이 단기자금시장 무력화, 유럽 은행들의 자금난, 다른 보험사들의 파산으로 이어져 혈세가 날아갈 것이라며 정부를 거의 협박했다는 점이다.   AIG의 신용부도스와프(CDO) 상품을 매입한 유럽 은행들은 100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해지게 된다. 그러면 유럽 은행들이 신용등급 강등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AIG의 주장이다. 실제로 AIG가 부실에 빠질 경우 AIG와 파생금융 상품 등의 계약 관계로 동반 부도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 15곳이 9일 경제 격주간지 포천에 의해 공개됐다.   명단에는 소시에테제네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도이체방크, 크레디아그리콜, UBS, 바클레이스, DZ방크, 뱅크오브몬트리얼, 라보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와코비아, HSBC,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바클레이스글로벌인베스트가 포함돼 있다. 이로써 AIG가 미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구제금융 자금을 계약 관계에 있는 금융기관에 지원해 왔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AIG는 자사가 위기에 처하면 미국의 보험 가입자들이 19조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회수하려 들 게 뻔하다고 강조했다. 140개국에 진출한 AIG의 몰락은 각지 보험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IG는 MMF에 380억달러를 제공했다. AIG가 붕괴할 경우 MMF에도 손실을 초래해 고객들 피해는 물론 미 지방자치단체의 채권시장에도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 미 정부는 지난 2일 AIG가 지난해 4·4분기 사상 최악인 617억달러의 손실을 발표하자 4번째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AIG의 협박에 넘어간 셈이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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