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험] '골동품이 모두 문화재예요'

광주 예술의 거리 '골동품 벼룩시장' 가다

예술의 거리 골동품 벼룩시장의 평소 보기 힘든 옛 물건들이 진열돼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옛날 것이 진짜인데…." 광주시 동구 예술의 거리 구 중앙초등학교 앞에 가면 요즘 보기 힘든 골동품 벼룩시장이 매주 토요일 열리는데 그곳에서 한 시민이 한 말이다. 이곳 벼룩시장에서는 옛 선조들의 체취가 묻은 골동품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벼룩시장에 나온 골동품들이 생소해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시민들의 풍경이 눈길을 붙잡는다.

워낙 경기가 바닥이다보니 골동품을 다루는 장사치나 수집가들이 주요 고객이지만 좀처럼 물건을 구입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족보를 비롯해 옛 교과서, 주판, 놋그릇, 불상, 음반, 촛대, 그림액자, 화로 등 이루 셀 수 없는 골동품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데다 찾는 사람마저 없어 썰렁하다.

여학생 두명이 옛 장신구들을 손가락으로 자리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유모씨는 골동품상으로 잔뼈가 굵었다. 벌써 30년째 이 골동품을 취급하고 있다.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토요일에는 이곳 벼룩시장에서 골동품을 판매하고 평일에는 골동품을 수집하러 전남지역 등을 훑고 다닌다. "돈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형이죠"라고 말한 그는 "개인적 바람은 없고, 닥치는 대로 사는데 이제 가게 하나 갖는 것이 꿈이다"라면서도 "지금 (생활)이렇게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옛 식문화의 한 단면을 바라볼 수 있는 놋수저들이 세월의 너테를 뒤집은 쓴 채 쌓여있다.

이처럼 이곳 골동품상들은 한결같이 "물건이 팔려야 먹고 사는데 경기가 너무 안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상계 1965년판을 아주 저렴하게 1000원에 팔려해도 팔리지 않는다"고 말한 한 골동품상은 아예 시장형성이 되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세덕지' 등 골동품으로 나온 고서적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가운데 오가는 시민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화유산에 대한 현세태에 대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민속품이 고갈돼버렸지만 족보까지 버리는 세상이 됐다"면서 "다문화시대여서 그런지 집안사람들마저 관심이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이곳에서의 족보는 2000원부터 5만원대까지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팔리지 않는 형편이다.

골동품 벼룩시장에는 희귀한 음반들도 목록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린 가운데 판소리 심청가 음반이 낯설게 보인다.

이곳 벼룩시장에는 희귀한 문화유산들이 점차 사라지다보니 문화재류가 압도적이던 것이 골프채니 타자기, 가위 등 생활용품들이 점점 늘고 있는 등 옛 물품들이 사라진 자리에 근대화 이후의 물건들이 메워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보통 이곳 골동품상들은 왕복 용달비 4만원을 제외하면 일당도 나오지 않는다"면서 "완전 불황이다"라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이곳 골동품 벼룩시장에는 옛 물품들만 아닌, 타자기 등도 나와있다. 오래된 타자기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곳 벼룩시장에 들른 최종철씨(72·광주시 북구 임동)는 "이런 골동품들이 갈수록 희귀해진다는 것은 세상이 그만큼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화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문화재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또 순천에서 다도체험을 위해 광주에 왔다는 구인선양(순천 청암고 2년)은 "평소 보기 어려운 것들을 보게 돼 흥미롭다"며 "이 골동품들을 보면서 옛날 것들이 마구 버려진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전통 민화가 새겨진 표주박의 보존상태가 양호해 흔하게 볼 수 없어서 그런지 한번 구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거리 골동품 벼룩시장, 몇년이 흐르면 이 가판에는 30년 전후의 낡은 현대문명의 토막들만이 진열될 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골동품 벼룩시장이 흔적없이 사라질 지 몰라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해보였다. 광남일보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nomy.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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