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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배타적이어서 영향력 커진 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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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정장·女드레스 등 엄격, 지역 공동체 행사 전무…영화 산업 종사자들만을 위한 축제
엄격한 작품 선정, 유명 심사위원단, 화려한 파티, 시상식으로 사회적 관심 자극

[이종길의 영화읽기]배타적이어서 영향력 커진 칸영화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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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국제영화제는 영화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축제다. 영화감독, 프로듀서, 배급 업체, 영화배우, 기자들만이 초청을 받아 레드카펫을 밟는다. 주최 측은 경쟁 부문에 약 스무 작품을 초청하고 대상인 황금종려상의 주인을 가린다. 심사는 권위있는 영화계 인사 여덟 명이 한다. 올해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을 비롯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로빈 캉필로 감독, 배우 엘르 패닝 등이 주인공이다. 영화계는 이들을 '취향의 중재자(the arbiters of taste)'라고 부른다. 대중에게 무엇이 가치 있는 작품인지를 최우선으로 판단한다는 이유다.


그런데 이 영화제는 본질적으로 배타적이다. 참석자는 프랑스어로 인사말 정도를 해야 한다. 남성은 정장에 보타이를 매야 하며, 여성은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 줄리아 로버트,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여배우들이 맨발로 레드카펫을 걸으며 항의했으나 여전히 엄격하게 적용한다. 주최 측은 지역 공동체를 위한 행사도 마련하지 않는다. 물론 관광객 수입, 세금, 사회 제반 시설 확충 등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유명 배우나 감독을 길거리에서 만나는 행운은 덤이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배타적이어서 영향력 커진 칸영화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폐쇄적인 성격에도 세계 최고의 영화 행사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배타적인 특성이 뜨거운 관심의 근원이다. 엄격한 작품 선정, 유명 인사로 구성한 심사위원단, 화려한 파티와 축제, 시상식 등이 사회적 관심을 자극한다. 많은 영화인들이 관심을 받기 위해 칸을 방문한다. 마찬가지로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도 찾는다. 이런 선순환은 영화제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진다.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으로 연결돼 화제의 명성과 유산을 유지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특히 후원자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전달해 재정적 지속성을 확보한다.


해마다 높아지는 명성은 영화인들에게 로망과 같다. 출품작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키는 최상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언론을 통해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광고 효과도 무료로 누릴 수 있다. 경쟁 부문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이미 충분한 수혜를 입었다. 칸 필름마켓의 한국부스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문의를 가장 많이 받고 있다. 시상식에서 수상까지 한다면 해외 판매는 물론 국내 흥행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종길의 영화읽기]배타적이어서 영향력 커진 칸영화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주최 측은 행사 안건을 정하고, 출품작을 선정하며, 심사위원을 선택하면서 영화산업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존 운영의 틀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부문을 개설해 활동 범위를 넓힌다. 1978년에 만든 '주목할만한 시선'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유형의 시각과 스타일을 가진 작품 약 스무 편을 소개하는데, 1998년부터는 최고 작품을 뽑아 상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2010년)'와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2011년)'이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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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쟁 부문에서는 명망 높은 감독들의 신작을 넘어 블록버스터, 장르물, 다큐멘터리 등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이 심야에 소개됐다. 마동석과 김무열이 주연한 상업성 짙은 범죄액션물이다. 엘튼 존의 일대기를 다룬 덱스터 플레처 감독의 '로켓맨'과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의 다큐멘터리 '디에고 마라도나' 등과 함께 상영된다. 칸국제영화제는 72회라는 오랜 역사를 부각하기 위해 2004년 '칸 클래식'을 개설해 과거 명작들도 상영한다. 올해는 데니스 호퍼 감독의 '이지라이더(1969년)'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1980년)'을 조명했다. 각각 2K나 4K 버전으로 리마스터링해 과거 역사를 기억하자고 강조한다. 역사의 거울에 현재를 비춰 봄으로써 영화인의 참모습을 발견하자는 자신감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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