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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쌓이고 소화기엔 먼지…서울 전통시장 '화재 무방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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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전통시장 직접 찾아가보니
불법적치물 만연, 시설 관리 미비해

지난 6일 오후 4시께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소방 통로' 확보를 위해 길 양쪽으로 그려진 황색 실선은 목적을 잃은 듯했다. 시장 내 황색 실선 위에는 수십 개의 노점들의 상품과 시설들이 늘어서 있었다. 도로를 향해 툭 튀어나온 좌판대들과 테이블 등 고정시설물로 차량은커녕 보행조차 일직선으로 하기 어려워 보였다. 소화기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소화기는 시장 곳곳에 비치돼 있었지만, 내용연한이 지난 것들이 다수였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서울 중구 중앙시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색 실선을 지키는 점포보다 지키지 않는 점포를 찾기가 더 쉬웠다. 입주 점포들의 적치물이 대피소로도 활용되는 지하 쇼핑센터 통행로의 한쪽 면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특성상 시장 전 구간이 금연 구역임에도 골목 곳곳에서 흡연하는 상인과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꽁초의 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바닥에 버리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물건 쌓이고 소화기엔 먼지…서울 전통시장 '화재 무방비' 지난 6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중구 중앙시장. 상인들이 적치물 경계선인 황색 실선을 넘어 좌판대를 늘어놓고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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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내 전통시장이 370개에 육박하지만, 화재 예방 대책이 충분하지 않고, 소방 시설 관리가 미비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통시장은 대형 화재의 위험이 큰 대표적인 지역이다. 전기 배선 등이 노후한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스티로폼과 샌드위치 패널 등 가연성 자재와 물질이 널려 있다 보니 불이 나기도, 번지기도 쉽다. 지난 6일과 4일에도 강원 삼척시 번개시장과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70개에 가까운 점포가 불에 타는 참사가 벌어졌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관내 전통시장은 총 369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시장 내 점포 중 상당수는 불법적치물이 만연하고 소화기와 대피로 등 관리가 미비한 등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시장 길에는 소방도로 확보를 위해 길 양쪽으로 황색 실선이 적치물 경계선을 표시하고 있다. 불법 적치물 등으로 실선을 침범해 차량 진행을 막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표시다. 불이 나도 소방차가 시장 안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되면 소방대원들이 여러 개의 소방 호스를 이어 붙인 뒤 직접 달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내 점포 대부분은 이러한 적치물 경계선을 지키고 있지 않았다. 좌판을 늘어놓아 판매 상품을 적치해놓는 것은 물론 냉장고와 테이블 같은 고정시설까지 경계선을 넘어 설치한 곳이 태반이었다.


물건 쌓이고 소화기엔 먼지…서울 전통시장 '화재 무방비' 지난 6일 오후 4시께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내용연한이 지난 소화기가 시장에 비치돼있다./사진= 최태원 기자 skking@

화재 발생 시 선제적으로 활용돼야 할 소화기와 대피로 관리도 미비했다. 아현시장에 비치된 소화기 상당수는 제조년도가 2011년으로, 제조일로부터 10년인 내용연한을 훌쩍 넘겼다. 2017년 개정된 소방시설법에 따라 제조된 지 10년이 지난 소화기는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만약 성능 확인을 받아 이상이 없으면 사용기한을 1회에 한해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더불어 내용연한이 남은 소화기들도 손잡이 부분이 부식돼 바스러지고, 거미줄과 먼지 등이 겹겹이 쌓여있는 모습이었다. 압력계 바늘이 중앙 초록색 정상범위에 있지 않은 소화기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시장 상인과 시민들도 소방시설 관리 강화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중앙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신모씨(30)는 “평소 크게 걱정하진 않았지만 전통시장 화재 관련 소식을 듣다 보니 우려가 된다”며 “시장 내 화재예방시설 점검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부 추모씨(65)는 "좁은 골목임에도 물건들이 다 나와 있고, 소화기도 먼지가 쌓여 있어 작동될지 의문이다"면서 "불이 났을 경우 크게 안 번지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다. 뭐라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전문가 지적도 제기된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학과 교수는 "화재 소식을 들어도 '나한테는 사고가 안 일어날 거야'라고 생각하는 안전불감증을 없애야 한다"며 "상인회 차원에서 꾸준히 자정 활동과 화재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이어 "지금도 규정들을 잘 안 지켜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상인들의 인식이 바뀐 후에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하는 행동들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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