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경관적으로 서촌은 남다른 의미
1977년 최고고도지구로 시작해 2010년 지구단위계획으로 관리
서촌 내 한옥 600여채…非한옥과 균형 개발 유도
靑 개방과 서촌 예술가 연계한 문화행사로 상생해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경복궁 서문과 인왕산 사이에 자리한 서촌은 역사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다. 골목을 돌아다니다보면 조선시대 문인부터 근대 예술가를 거쳐 현대 작가들의 예술공방까지, 차곡차곡 쌓인 시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서촌만의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해왔다. 서촌 고유의 풍경을 보전하면서도 조화로운 개발을 유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서촌은 그동안 어떻게 관리돼왔고, 청와대 개방 이후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지난 25일 안중욱 서울시 한옥정책과장을 만나 서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에서 서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역사적이자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골목들 속에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송강 정철 같은 분들이 활동을 했던 기억이 서려있다. 아름다운 인왕산과 북악산, 수성동 계곡은 인왕제색도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이렇게 역사적, 경관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에 우리의 근대 역사가 켜켜이 쌓여 근대 화가들의 흔적이 더해졌다. 자하문로를 중심으로는 1920년대 도시한옥과 1970년대식 단독주택이 모여 저층의 도시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도시조직의 내적 그리고 외적 형태가 잘 보존돼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 보전지역이다.
---서울시는 서촌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서촌(경복궁 서측) 지역이 지구단위계획구역을 통해 도시계획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 밀집지역이자 경복궁 주변지역으로 관리를 해왔다. 1977년 최고고도지구로 지정하고 이후 미관지구로 지정하면서 경관을 관리하고 있고, 2001년에는 한옥 멸실을 막기 위해 북촌가꾸기 종합대책을 만들고 서촌까지 범위를 넓혀 한옥개보수 지원 등 한옥 보존·지원에 나섰다. 이후 2008년 한옥선언 발표,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통해 한옥밀집지역을 지정하고 도시구조의 보전과 관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했다.
※서촌과 경복궁 서측
지금의 서촌은 흔히 경복궁 서측인 통의동·창성동·옥인동 일대를 지칭한다. 하지만 역사적 자료에 등장하는 서촌지역은 서소문과 정동일대를 일컬어 차이가 있다. 당시 조선시대 4대문 안에 형성된 동·서·남·북촌의 기준은 경복궁이 아닌 도시 방위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서촌지역을 '경복궁서측지역'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의 공식 명칭도 경복궁서측 지구단위계획이다.
---서촌을 관리하는데 있어 가장 주요한 가치는
▶서촌만의 특색을 유지하면서도 한옥과 비(非)한옥의 균형있는 개발을 유도하는데 주목적을 두고 있다. 서촌은 역사도시를 추구하는 서울의 중심공간이다. 600여채에 달하는 한옥과 의미있는 건축자산이 많다. 이런 특성을 유지하고 살기 좋은 한옥 주거지로 관리하기 위해 2010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현재는 한옥을 보전해야 할 구역(한옥지정구역·한옥권장구역), 일반적으로 관리해야 할 구역, 가로구역 등으로 특성을 차등화해 높이와 용도를 관리하고 있다.
마을의 지나친 상업화를 막아 기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구역별로 도입할 수 있는 용도를 지정하고 프랜차이즈 업종의 설치를 부분적으로 제한했다. 현재 서촌에서는 큰 길가에만 프랜차이즈 입점을 허용하고 있고, 골목길은 지역 상권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으론 주민들이 살기에 열악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서촌 일부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촌 재생사업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서촌 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에 두고 주민들이 오래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방향이다. 주민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주차장인데, 이를 확보하고 골목길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한옥을 보전하고, 낡은 집은 수리해 실제 주민들이 살기 용이하게 관리한다. 주민과 보행자가 쉬어갈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도 조성해 역사적 기억이 남아있는 골목길, 그러면서도 안전한 환경을 갖춘 동네를 만들고자 한다. 현재 사업 초기 단계로 올해 중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는 100억원 가량의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대통령집무실 이전 이후 서촌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청와대 개방 이후 서촌 지역의 방문객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다만 청와대 개방은 서촌지역 주민들에게는 기대와 걱정이 함께 드는 상황인 것 같다. 장기간의 코로나로 지쳤던 상인들은 오랜만에 웃음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면 지나친 상업화로 불편을 겪게 되거나 서촌만이 가진 매력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리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할 가능성은 없나
▶지구단위계획은 관련 법에 따라 5년 마다 재정비를 검토하도록 돼있고, 서촌 지구단위계획은 2016년 7월 재정비된 바 있다. 다만 서울 내에만 약 470개에 달하는 지구단위계획구역이 있고, 5년 마다 재정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지구단위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해 재정비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서촌 지역은 현재 2027~2030년 재정비 시기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개방 등으로 서촌의 지역여건이 변하면서 재정비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 시기는 다른 지구단위계획구역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질 예정이다. 재정비가 필요한 우선순위 등을 검토한 후 서촌 지역도 이에 따라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시기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개방이 서촌에 시너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촌에는 젊은 예술가, 문화인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다. 청와대 개방과 이들을 연계한 문화행사를 통해 서촌에 문화적인 부분이 보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촌 주민들의 자긍심도 더 높아지리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집무실 이전과 맞물려 청와대 관련 시설들도 이전이 예상되는데 대부분 국유지인 여건상 세부 활용계획은 국가에서 수립하겠지만,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로 활용된다면 이 역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