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야당 의원에 설선물 보내
문재인 대통령 매년 명절 전통주와 대조
"청년농부 등 스토리가 있는 선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야당 의원들에게 설선물을 돌린 가운데 '술'이 빠지면서 야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설날을 맞아 각계 인사 1만5000여명에게 보내면서 야당 의원들에게도 명절 선물로 떡국떡(경북 의성)과 곱창김(전남 신안)·홍새우(인천 옹진)·멸치(경남 통영)·황태채(강원 인제)·표고채 (충남 청양)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보냈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이 같은 구성의 선물을 받아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으니 마음이 넉넉해진다. 마음 써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했다. 각 지역의 농수산물로 구성, 소비 촉진과 지역 화합을 바라는 의미에서 이같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각에선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윤 대통령의 명절선물 세트에 '술'이 빠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 전통술이 포함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설에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에서 난 감자로 빚은 '서주', 2019년 설선물엔 경남 함양의 '솔송주', 2020년 설에는 전북 전주의 '이강주', 그해 추석엔 전북 담양의 '대잎술', 2021년 설에는 경북의 '안동소주', 추석엔 충주의 '청명주'를 넣었다. 임기를 마치기 직전인 작년 1월에는 마지막 명절선물로 문배주·매실액·오미자청·밤 등을 선물로 구성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항상 술을 선물 목록에 넣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해마다 각 지역 전통주를 골라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2003년 복분자주, 2004년 국화주와 소곡주, 2005년 이강주와 문배술 등이었다. 재임기간 10번의 명절 중 9번이나 전통주를 넣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맞는 명절에서 모두 술을 뺐다. 첫 명절이었던 지난 추석에도 술 대신 청을 넣었다. 매실청·오미자청·홍삼양갱·볶음 서리태·맛밤·대추칩 등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도 명절선물에 술을 없었던 것은 지금과 매한가지지만, 유독 이번 정부에선 '구성 품목'보다 '제외 품목'인 술에 대한 뒷말이 더 많이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술에 얽힌 구설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도수가 낮은 술이라면 낮은만큼, 높으면 높은만큼 평소 애주가로 알려진만큼 세간의 말들이 만들어질 것을 막기 위해 술은 빼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본인께서 좋아하시는 술이나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 등을 넣어 기왕이면 야당과의 화합을 의미하는 선물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서 근무한 한 민주당 인사는 "민속주를 명절 선물에 넣었던 이유는 팔도 특산물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명절 차례상에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도 있었다"며 "술은 특히 전통방식으로 제조를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영세사업자를 도울 수도 있어 지역 특산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 선물에도 이런 의미를 담고자 한다면, 작은 성의만 더 보여도 달라질 수 있다"며 "제조사가 몇 대에 걸친 장인이라거나 청년 농부가 수확한 곡식 등의 스토리가 있는 선물이라면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 선물세트에 국산이 아닌 중국산 땅콩, 미국산 호두 등을 포함해 논란이 있었던 것도 다시 회자됐다. 윤 대통령 명의로 전달됐던 연말 선물에는 100% 중국산 호박씨와 땅콩, 100% 미국산인 호두와 아몬드, 피스타치오, 건자두 등이 들어있었다. 국산이 아닌 것도 문제였지만, 이를 준 대상이 '농민'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비판이 거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은 당시 페이스북에 "외국산 농산물을 연말 선물로 보낸 정신나간 대통령'이라는 글을 올리고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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