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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뮬란과 일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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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뮬란과 일대일로 영화 '뮬란'에서 주인공 뮬란 역을 맡은 류이페이의 모습[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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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월트디즈니사의 영화 '뮬란'이 미ㆍ중 분쟁의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촬영 장소를 협찬해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안국에 감사한다는 내용을 올리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인권단체로부터 보이콧 대상이 됐다.


국제 여론을 인식한 중국에서도 뮬란의 개봉 보도를 못 하게 하고는 있지만 이미 상영관의 40%는 뮬란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다. 뮬란 이야기는 중국에서는 이미 2016년 영화화된 바 있고 1994년에는 대만에서 드라마로 유행하며 이미 많이 다뤄진 소재이지만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뮬란이 실존 인물이 아님에도 중국에서는 의미가 특별한 인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뮬란의 이야기는 서기 5세기 중국 남북조 시대 민간 설화에 등장하는 '목란'이라는 가상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화목란전기'라는 시조에서 비롯됐다.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전쟁에 참전했고, 군공을 세웠다는 기본 줄거리는 동일하다. 하지만 지역마다 서로 다른 판본이 존재해 태어난 시기도, 지역도, 스토리도 제각각이다.


판본에 따라 기원전 1세기 중국 전한 시대의 인물로 등장하거나 이보다 700년 뒤인 서기 7세기 수나라나 당나라 때 활약한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일부 판본에서는 612년 수나라 양제의 고구려 원정에 참전했다가 살수대첩에서 을지문덕과 전투를 벌이는 번외편도 나온다. 그녀가 중국 주변의 동아시아 전역을 12년간 정벌한 뒤 대장군이 됐다가 황제에게 들켜 사형을 당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이처럼 다양한 시대의 인물로 그려지지만, 그녀의 활동 시기로 알려져 있는 중국 왕조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중국을 통일한 이후 넘치는 국력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일대에 진출한 정복 왕조라는 점이다. 한나라 때 태어난 목란은 한 무제의 흉노 원정 때 징집돼 중앙아시아로 원정을 떠나 군공을 세웠고, 수나라와 당나라 때의 목란은 고구려 원정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돌궐 원정에 참전해 큰 공을 세운 인물로 묘사된다. 단순히 남장을 하고 아버지를 대신한 효녀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개척을 이끈 맹장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목란이 주로 활약했다는 지역들을 지도에서 살펴보면 서쪽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 일대로 나와 있다. 지금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사업에 한창 매진하며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선 지역들이다. 중국이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민감하기 그지없는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촬영 장소로 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던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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