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10명 뽑을 때 5명 이탈… 채용 규모 맞먹는 유출에 검사 역량 '경고등'
'옥상옥' 규제 우려에 사기 저하… 공공기관 재지정 리스크가 부추긴 로펌행
쿠팡·롯데카드 등 검사는 산더미인데… "떠나는 후배 붙잡을 명분조차 없어"
금융권에 '전자금융사고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감시하고 막아내야 할 감독당국은 인력 유출로 손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 문제를 넘어 외부 침입에 따른 사고가 급증하면서 정부 및 유관 기관과의 협업은 늘고 검사 기간은 길어지는 반면 이를 수행할 내부 전문 인력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10명 뽑는데 5명 나가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 디지털IT(정보기술) 부서의 퇴직자는 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감원의 연도별 5급 신입 IT 인력 채용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최근 3개년 IT 분야 5급 종합직원 채용 인원을 보면 2024년 13명, 지난해 11명, 올해 7명으로 해마다 감소했다. 전체 5급 공채 대비 IT 직원 비중도 같은 기간 10.8%→15.7%→10.6%로 제자리걸음이었다. 경력직 채용 역시 2023년 7명 이내, 2025년 4명 이내에 불과했으며, 올해는 회계사와 변호사만 뽑았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그나마 2023년부터 3년간 IT 분야 경력 직원을 확보해둬 당장 5명의 이탈이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나, 유출이 지속될 경우 감독 역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IT 신입 직원 '가뭄' 현상은 이찬진 금감원장의 올해 부서장 인사 방향과도 배치되는 지점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낸 부서장 인사 보도자료를 통해 "IT 정보 유출, 가상자산 해킹, 주가조작 척결 등 현안 대처가 시급한 부서를 중심으로 관련 부서장을 유임했다"고 밝혔다. 유임된 인사는 22명으로 전체 부서장(82명)의 4분의 1에 달한다. 최근 문제가 된 쿠팡과 롯데카드 검사 등을 맡은 IT검사국, 전자금융검사국과 제도를 설계하는 전자금융감독국 부서장들이 유임된 것이 대표 사례다. 부서장을 유임할 정도로 IT 대응 인력 확보가 절실하지만, 정작 실무급 인력 수급에는 애를 먹고 있다는 의미다.
'公' 재지정 리스크…"인력유출 부담 커져"
금감원 내부에서는 당분간 IT 인재 영입은 고사하고 기존 인력 지키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부 환경상 양질의 감독·검사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임직원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와 정치권의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매년 재정경제부 공공기간운영위원회의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며, 예산과 인건비 운영 과정에서 강한 통제를 받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금감원이 사실상 '금융감독공사'로 전환될 경우 금융회사에 대한 독립적인 규율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이찬진 금감원장은 기존 금융위원회에 이어 재경부까지 상급 기관이 늘어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옥상옥"이라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공공기관이 되면 내부 비위 사항이나 기관 운영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압박도 지금보다 훨씬 거세질 수밖에 없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공운위 재지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 직원 이탈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젊은 직원이 로펌 이직을 통보해 오면 '고생했다'는 말 외에는 붙잡을 명분이 없더라"라고 털어놨다.
검사 효율 하락…"떠나는 후배 말리기 어려워"
금감원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 들어 민생금융과 소비자보호 정책 수요가 급증한 반면 인력 증원 대책은 전무해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보이스피싱(행정안전부), 빅테크 사고(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타 부처와 협력할 과제는 늘고 검사 난이도는 높아졌는데, 인력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업무 효율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쿠팡 자회사 쿠팡페이의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해 현장 점검과 현장 검사를 각각 한 차례씩 연장했다. 롯데카드 검사도 세 차례 이상 진행됐으며, 제재심의위원회 결정과 금융위 부의 및 의결까지는 수개월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우리카드, 신한카드 등 주요 카드사의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제재 절차도 줄줄이 대기 중이며, 이는 모두 IT검사 부서 소관이다.
지금 뜨는 뉴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IT 사고는 갈수록 고도화·지능화되고 있어 전문 인력 투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유출을 막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인력 유출 방지는 물론 우수 인력의 신규 확보도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현미경]'IT사고' 터지는데 짐 싸는 검사역… 금감원 '감독 공백' 우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2616351215933_1769412913.jpg)
![[금융현미경]'IT사고' 터지는데 짐 싸는 검사역… 금감원 '감독 공백' 우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2616283415916_1769412514.png)
![[금융현미경]'IT사고' 터지는데 짐 싸는 검사역… 금감원 '감독 공백' 우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0215222877068_1767334948.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