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캐셔로', 소재의 승리·서사의 패배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는 돈이 곧 힘이 되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의 가장 속물적인 욕망을 히어로물로 시각화한다. 주인공 강상웅(이준호)은 분노나 애국심이 아닌 주머니 속 현금다발에서 초능력을 얻는다. 아이언맨이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슈트를 입는다면, 전세 대출금과 생활비를 헐어 슈트를 대신하는 식이다.
사람을 구할 때마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며 울상짓는 영웅. 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시청자에게 묘한 카타르시스와 페이소스를 동시에 안긴다. 한국 사회에서 '정의 실현'조차 경제력에 종속된다는 냉소를 정확히 건드린다. 법적 대응도, 사회적 발언도, 심지어 타인을 돕는 선행조차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강상웅이 악당을 때려눕히기 위해 지출을 최소화하는 장면은 정의가 사치가 된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준호는 생활 밀착형 연기로 황당무계한 설정을 땅에 발붙이게 만든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효율적으로 세상을 구하라"고 다그치는 여자친구 김민숙(김혜준)의 존재도 빛난다. 자칫 허공에 붕 뜰 수 있는 판타지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문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잔고 부족'에 가까운 내실이다. 헐거운 서사와 안일한 연출로 적자를 면치 못한다. 특히 중반을 넘어서면서 스스로 설정한 세계관의 규칙이 무너져버린다. '현금=초능력'이라는 등가는 철저한 계산과 제약 아래 작동할 때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이 교환 비율은 작가의 편의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시청자가 "저 상황에선 얼마가 필요한가"를 함께 계산하며 몰입하는 사이, 드라마는 "주인공이니까 이긴다"는 식의 게으른 전개를 택한다. 내부 논리가 무너지는 순간 몰입도는 급격히 떨어진다.
'캐셔로'는 "돈이면 다 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포착하면서, 정작 그 설정이 품은 모순을 파고들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돈은 문제를 해결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든다. 부의 집중은 권력의 집중으로 이어지고, 돈으로 얻은 힘은 정의와 폭력의 경계를 흐린다. 강상웅이 현금으로 악당을 제압할 때, 그것이 정의의 실현인지 아니면 자본의 또 다른 지배 형태인지 질문할 여지가 생긴다. 드라마는 이 지점을 회피한다. "가난한 영웅이 돈이 없어 힘들다"는 1차원적 비애에 머물 뿐, 돈으로 세상을 구한다는 설정 자체가 내포한 자본주의의 모순을 건드리지 않는다.
악의 축을 담당하는 빌런들의 무매력 또한 치명적이다. '무빙'이 악역에게조차 입체적인 서사를 부여해 휴머니즘의 깊이를 더했다면, '캐셔로'의 악역들은 단순히 주인공의 주먹을 받아내기 위한 기능적 소모품에 불과하다. 그들이 왜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려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도 부족하다. 강상웅이 목숨과 돈을 걸고 싸울 이유가 희미해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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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들은 결말로 갈수록 심화한다. 사회 풍자극의 색채를 잃고 흔한 능력자 배틀물로 전락한다. 1~2화에서 보여준 날카로운 풍자는 온데간데없고, 개연성 없는 액션과 신파가 그 자리를 채운다. 특히 급하게 봉합된 엔딩은 노골적으로 시즌 2를 예고하지만, 기대감보다 이야기를 다 맺지 못했다는 찝찝함을 남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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