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디지털 창작을 설명하지 못하는 세금의 언어
제조업 기준에 머문 조세제도…현장과의 간극
웹툰 제작은 사각지대, 제도 개편 목소리
웹툰 산업은 가파른 성장에도 세제지원 체계가 디지털 창작 기반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제도가 제조업을 전제로 설계된 탓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물리적 자산과 설비 중심의 연구개발(R&D) 개념을 전제로 설계됐다. 아이디어와 외주 중심의 창작 공정이 핵심인 웹툰 산업은 이 기준에 부합하기 어렵다.
염정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선임연구원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의 경우 제조업 전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도"라며 "눈에 보이는 산출물이 나오기 전까지 실체를 증명하기 어려운 콘텐츠 산업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디어 단계의 활동을 증명하기 어려워 공제 신청을 포기하는 기업이 많다"고 덧붙였다.
제작사 대표 A씨도 "스토리 구상부터 캐릭터 설계까지 모두 창작 활동인데도 세무서에서는 이를 R&D로 보지 않는다"며 "작품이 나오기까지 1~2년 들어간 인건비가 평가 체계 밖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제작비 세액공제 역시 영상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웹툰·웹소설은 모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도 설계 당시 파급효과에 대한 정량적 근거가 부족했던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가장 큰 구조적 한계는 업종 분류의 부적합이다. 웹툰 제작사는 법적으로 '출판업' 또는 '온라인 정보제공업'에 속하지만, 실제 창작 공정은 인력·프로젝트 중심 구조로 이 틀에 맞지 않는다. 이로 인해 제작비 공제 대상에서도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제작비 인정 범위가 협소한 점도 문제다. 웹툰 제작비는 인건비와 외주 용역비 비중이 높지만, 현행 제도는 이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복수 프로젝트 참여 인력의 인건비 제외' 규정은 외주·프리랜서 의존도가 높은 웹콘텐츠 산업 현실과 어긋난다.
IP 확보 비용 역시 사각지대다. 원작 사용료와 선인세 등 초기 비용은 제작사에 큰 부담이지만, 공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완성·중단 프로젝트의 손실 비용도 인정되지 않아 고위험 산업 특성을 고려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제도적 한계는 영세 제작사에 더 가혹하게 작용한다. 사후 공제 방식은 당장 현금 흐름이 필요한 제작사에 도움이 되지 않고, 최저한세 규정 때문에 적자 기업은 공제 자체를 받지 못한다. 업계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 제작사 상당수가 구조적으로 지원에서 배제되는 셈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디지털 콘텐츠 제작 구조에 맞춘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만화·애니메이션 제작에 환급형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스페인은 국내 제작과 해외 공동제작에 차등 지원한다. 중국은 저작자 보수에 우대 세제를 운영한다.
최근 콘진원이 발간한 보고서 '웹툰 산업 조세지원 제도 개선 연구'는 웹툰·웹소설을 별도 업종으로 분류하고, 인건비·외주비·IP 확보 비용 등을 제작비 공제 범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영세 제작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환급형 세액공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내년에 웹툰 제작비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공제율은 기존 영상 콘텐츠 조세지원 체계를 참고해 마련되며, 구체적 적용 기준은 시행령에서 확정된다. 인건비·저작권료·프로그램 비용 등이 공제 대상이며, 유통 플랫폼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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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연구원은 "콘텐츠 산업에 맞는 조세제도를 갖춰야 창작 기반이 흔들리지 않는다"며 "법·시행령 정비 과정에서 웹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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