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 1등급 3%대 논란 속
평가원 직원의 따뜻한 메시지 화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직원이 '5수 도전'을 밝힌 4수생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이 화제다. 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4수 망치고 평가원에게 디엠 보낸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평가원 홍보실 직원과 한 누리꾼이 평가원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의 대화는 2026학년도 수능 성적을 통지한 지난 5일 오간 것이다. 한 누리꾼은 메시지에서 "내 네 번의 수능은 그대(평가원)에게 패배했지만, 다섯 번째 도전은 반드시 이기고 말 것이오. 목 닦아 놓고 기다리길"이라며 재치 있게 5수 도전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평가원 홍보실 직원은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 "저도 과거에 재수했다. 평가원이 죽도록 미웠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며 "세월이 흘러 제가 그렇게 욕하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이 됐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더라"고 답했다.
이어 해당 직원은 "지금은 힘드시겠지만 이겨내시고 한발 더 나아가시길 바란다. 꼭 건승하시길 기원한다. 고생 많으셨다"고 덧붙이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평가원 직원의 진심이 느껴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평가원 관계자는 "평가원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직원 개인이 안타까운 마음에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절대평가 취지 훼손 비판 지속, 평가원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
지난달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이 3%대에 그쳐 교육 당국이 사과했음에도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영어에서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은 응시자의 3.11%인 1만 5154명에 불과하다. 이는 상대평가 과목(약 4%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평가원은 "의도와 달리 난도가 올라가 유감"이라며 "내년에는 1등급 6~10%를 목표로 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시험을 본 수험생들의 불만은 커지는 상황이다.
수능 성적 발표 이후 평가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영어 난이도에 항의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누리꾼 A씨는 "절대평가 취지에 어긋나는 출제 실패"라며 "영어로 인해 재수·삼수를 결정해야 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성적 보정 또는 대학과의 협의를 통한 최저학력기준 탄력적 적용 등을 요구했다. B씨도 "수시를 목표로 했던 아이들의 시간·비용·노력은 어디서 보상받나"라며 "이번 수능을 계기로 영어 학원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책임지고 올해 수험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적었다. 일부 농어촌 고등학교에서는 영어 1등급을 한 명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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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평가원은 지난 5일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평가원은 "절대평가 체제에서 요구되는 적정 난이도와 학습 부담 완화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수험생·학부모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영어 문항 분석뿐 아니라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다시 면밀히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역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수능 출제·검토 전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평가원이 제시한 개선 방안은 다음 수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올해 수험생을 위한 성적 보정이나 대학 최저학력기준의 탄력적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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