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VS 벨라루스 국경분쟁 심화
동유럽 항공편 마비…"러 하이브리드 전략"
벨라루스에서 날려 보낸 풍선으로 발트해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의 항공망이 마비되면서 국경분쟁이 발생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벨라루스가 의도적인 군사도발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반대로 벨라루스 정부는 오히려 나토 회원국들의 무인기(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한다며 역공에 나섰다.
리투아니아와 벨라루스, 풍선 놓고 국경분쟁…서로 침범했다고 반발
이달 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매체인 델피에는 빌뉴스 공항 상공에 60개가 넘는 벨라루스 풍선이 몰려들어 항공기 운항이 11시간 이상 차질을 빚었다고 전했다. 31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9편이 지연됐으며 10편은 다른 공항으로 회항했다. 7400여명의 승객도 발이 묶여 혼선을 빚었다.
지난달 빌뉴스 공항에서 항공편 110여편이 취소되는 등 10월부터 벨라루스에서 날아온 수백개의 풍선으로 인해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은 자주 마비됐다. 영국 BBC는 "리투아니아에서 보낸 풍선은 고도가 3000~4000m로 여객기와 충돌 위험이 매우 높다"며 "한번에 수십기씩 풍선이 몰려들면서 항공기 운항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의 밀수 조직들은 그동안 풍선을 담배 밀수용으로 이용해왔다. 리투아니아 담배 가격이 벨라루스보다 4.5배 정도 비싸다보니 밀수 풍선들이 간혹 단속되곤 했다. 하지만 10월부터 리투아니아 국경수비대가 포획한 풍선은 수백개에 이르고, 이중에는 기상관측용 풍선 등도 포함돼있어 리투아니아 정부에서는 벨라루스가 의도적으로 풍선을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벨라루스 항의 차원에서 10월30일부터 11월20일까지 국경 검문소를 아예 폐쇄했다가 다시 개방하기도 했다.
하지만 벨라루스 정부는 오히려 리투아니아측 드론이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역으로 국경을 폐쇄했다. 벨라루스 외무부가 에리카스 빌카네차스 리투아니아 대사대리를 소환해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리투아니아에서 날아온 서유럽산 정찰용 드론이 벨라루스 영공을 침범해 극단주의 성격의 인쇄물을 살포했다"며 "이는 벨라루스에 대한 고의적 도발로 간주한다"고 항의했다.
벨라루스 배후 러 움직이나…"유사시 전술핵도 사용"
EU와 나토 등 서방 당국에서는 벨라루스의 풍선 도발 배후에 러시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향후 러시아의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벨라루스가 사실상 러시아의 위성국가로 평가되는데다 지난 3월 양국이 상호안보조약을 체결해 벨라루스 국경분쟁에 러시아가 자동 개입할 명분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상호안보조약은 양국이 제3국에게 공격당할 경우 서로 적절한 보복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벨라루스 안보상 필요시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내용까지 들어갔다. 벨라루스에는 현재 러시아의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핵무기를 교환해 기존 무기는 러시아로 보냈고 최신 무기들을 가져왔다"고 밝힌 바 있다. 벨라루스군이 보유하고 있던 옛 소련제 핵무기와 러시아의 최신 핵무기를 교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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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서는 벨라루스의 움직임을 경계하면서 추가 제재 조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최근 리투아니아 국경지대 대응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벨라루스의 풍선이 리투아니아 영공으로 칩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벨라루스의 하이브리드(Hybrid) 공격을 용납할 수 없으며 우리는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공격은 정규전 공격이 아닌 다양한 군사도발을 통해 적국의 인프라, 교통망을 마비시키는 공격을 뜻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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