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지금조방원'이 불편한 이유

시계아이콘01분 15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기자수첩]'지금조방원'이 불편한 이유
AD

코스피가 4000을 넘으면서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장에는 늘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한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성장 기대감 속에 탄생한 '차화정(자동차· 화학·정유)' 이후 'BBIG(배터리· 바이오·인터넷·게임)' 등이다. 최근에는 기존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발전)에 변주를 준 '지금조방원'이 화두다. 기존 조방원에 지주사와 금융주가 끼어든 말이다. 조방원과 '금반지'라며 금융주와 반도체주, 지주사를 묶는 경우도 있다.


이 업종들은 올해 들어 화끈한 모습을 보였다. 내년에도 이들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문가의 예상도 많다. 정부가 자산 이동을 부동산에서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각종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이번 랠리가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추세적 상승이라는 낙관론도 힘을 얻고 있다. '지금은 주식할 때'라는 열기가 번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조방원'이라는 말은 어딘가 불편하다.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의 존재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과 조선, 방산, 원전은 모두 실물 기반의 유망 산업이다. 하지만 지주사는 다르다. 일부 사업지주회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생산과 수주로 실적을 내는 기업이 아니다. 자회사 배당금이나 일부 브랜드 사용료, 임대 수익 등에 의존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상부 구조물이다. 사실상 본업이 없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의 지주사가 그동안 순환출자 대안으로서의 순기능은 약화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징이 됐다는 점이다. 많은 지주사가 무분별하게 자회사를 상장해 기존 주주 가치를 희석시켰고, 자회사의 가치가 중복 반영되면서 지주사 자체의 밸류에도 왜곡이 생겼다. 오너 또는 대주주 입장에선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 주주친화 정책을 펼 유인도 적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증여세 부담만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정책이나, 시장이 요구하는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는 오너의 이해관계와 충돌한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지주사 주가는 유례없이 뛰었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240%가량, 한화는 26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압도한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에 따른 배당 확대, 자회사 실적 개선 등을 이유로 지주사를 권하지만 오너들은 주가를 올릴 유인이 여전히 부족하다. 오히려 제도 변화 속에서 주가를 낮추려 시도할 것이다. 그들에게 천문학적인 상속세와 증여세는 실질적 공포지만, 이를 피하기 위한 컨설팅은 충분히 감내할 비용이다.


AD

결국 자발적인 주주환원을 이끌려면 '채찍'과 '당근'이 병행돼야 한다. 상속세 개편 없이 밸류업 정책만으로는 이들의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지금조방원'이 시장의 유행어가 됐지만, 그 안의 '지'는 여전히 한국 증시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실적과 성장으로 움직이는 산업들 속에서, 여전히 지배와 절세를 위해 움직이는 지주사는 이질적이다. 그래서 '지금조방원'이 불편하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