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지표 둔화 요인과 현 노동시장 상황 평가' 보고서
美 고용 위축 '속도 조절'…실업률 완만한 상승 전망
미국 노동시장이 향후 노동 공급 축소의 영향을 완화하며 고용 위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실업률은 경제 성장세 약화가 이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고용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비농업 취업자 수의 전월 대비 증가 규모는 지난해 월평균 16만8000명에서 올해 1분기 11만1000명으로 줄었고, 5~8월 중에는 2만7000명으로 크게 축소됐다. 고용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9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인하했다.
24일 한은이 내놓은 '미국 고용지표 둔화 요인과 현 노동시장 상황 평가(정희완·이나영·이승민)'에 따르면 이 같은 고용둔화의 요인에 대해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노동수요 약화의 결과로 보고 노동시장 상황이 빠르게 악화할 것으로 평가하는 반면, 이민 감소 등 노동 공급 축소의 영향이 더 컸다고 보며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희완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이번 분석 결과, 올해 전체 고용 감소의 약 45%는 이민 감소(추세적 하락·이민 제한 정책)에 따른 노동 공급 축소의 영향으로 추정됐다"며 "관세 정책이 40%, 연방 공무원 감축이 약 8%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고용 둔화에 이민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평가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은은 현재 미국 노동시장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기업의 고용 흡수 여력은 최근 약화됐으나 ▲전반적인 노동시장 수급 상황은 아직 양호하며 ▲급격한 고용 침체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 노동시장은 그간의 급격한 고용 둔화 흐름이 다소 완화되는 가운데 실업률 상승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과장은 "노동 공급 측면에서 보면, 그간의 급격한 감소세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 1기 이민 억제 기조하에서 월평균 순이민이 2017~2019년 5만~6만 명 수준(코로나19 기간 제외)에서 유지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월 6만명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이민 노동력의 추가 급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민법원 및 이민 당국의 행정적 한계도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노동 수요의 경우 경제 성장세가 점차 약화되면서 관세 정책과 연방 공무원 감축 등 기존 정책이 지속 추진됨에 따라 당분간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평가됐다. 정 과장은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기업 마진 축소 압력은 점차 완화하겠지만, 앞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약화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2차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올해 말까지 연방 공무원 수를 30만명, 내년까지 비국방 부문에서만 추가로 10만명 감축할 계획인 점도 노동 수요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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