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추경 통해 4억400만원 추가 반영
대리인 선임비·홍보비 늘어
"예산 집행률 높이고 사후관리체계 마련해야"
불법추심 피해를 본 채무자를 지원하는 '채무자대리인 선임 지원' 제도가 2차 추가경정예산 통해 확대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이 늘어 더 많은 채무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집행률 제고와 법률대응권 보장 등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금융위원회 소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 중 기존 예산(12억500만원·1차 추경 포함)에 4억400만원을 추가 반영한 16억900만원의 채무자대리인 선임지원 사업 예산이 통과됐다. 정무위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기존 2차 추경안인 3억5400만원에 대국민 홍보 및 접근성 강화를 위한 예산 5000만원을 증액하기로 결정하면서 예산이 늘어났다.
채무자대리인 선임 지원 사업이란 대부업체로부터 불법추심을 당하는 등 피해를 본 채무자에게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채무자대리인 선임 및 부수사건 소송대리를 무료로 지원하고, 해당 비용을 금융위가 공단에 보조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채무자가 금융감독원에 채무자대리인 선임 또는 소송 의사 표시를 하면, 금감원이 법률구조공단에 대리인 선임을 요청한다. 공단 소속 변호사가 채무자대리 등 업무를 수행하면 금융위가 소요 예산을 공단에 보조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 기초가 되는 채무자대리인 제도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58조의 2에 근거해 채무자가 변호사 등 대리인을 선임하면 채권추심자가 채무자가 아닌 대리인에게만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차 추경을 통해 금융위원회가 해당 사업의 예산을 늘리고 싶었던 이유는 대리인 선임 건수가 기존보다 늘어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5월 기준 대리인 선임 지원실적을 보면 총 3001건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지원실적인 3096건에 육박하는 수치다. 금융위는 홍보비를 제외한 본예산액을 모두 채무자 대리인 선임에 활용하면 약 5500건 선임이 가능하다며 "올해 상반기 월평균 선임 건수가 이미 월 600건이므로 현 추세에 따라 연 7200건을 선임하기 위해 추경안 증액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국회는 불법사금융 피해가 늘면서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아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한다. 예산심사를 앞두고 발간된 정무위 예비심사검토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와 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신고·상담 접수 건수를 보면 1만5768건이다. 2020년 8382건을 시작으로 2021년(1만223건)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으며 2022년 1만1382건, 2023년 1만4226건 등 지속적으로 관련 피해가 늘고 있다. 이에 보고서에서도 "최근 경제 상황 및 불법사금융 관련 규제 강화에 따라 불법사금융 관련 분쟁이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불법사금융 이용 채무자들의 연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집행 추이를 고려한 적정 규모의 재정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홍보 부족 등을 이유로 실제 예산 집행률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편성된 12억5500만원 중 6억2800만원만이 법률구조공단에 교부됐다. 교부된 금액 중 실제 사업에 활용된 금액은 5억7100만원에 불과해 실집행률이 45.5%에 그쳤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불법추심자 전화번호가 없으면 신청을 받지 않은 사례가 많았던 점, 신청창구나 전담인력 부족, 홍보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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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채무자대리인 선임 이후에도 협박 등 불법 채권추심이 지속되는 등 실질적인 보호책이 부족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 사업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지원 사업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56.8%가 불법추심행위가 계속될 경우 제재가 미흡하다고 답했다. 45.5%는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계속 연락이 왔다고도 했다. 보고서는 "지원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취약채무자의 법률대응권 보장 및 불법사금융 예방에 있다"며 "금융위는 집행률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보완 외에도, 동 사업이 단순 대리인 선임 통지에 그치지 않고 경찰, 금융당국 등과 신속히 연계·대응해 취약채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체계 정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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