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로 원하는 RNA를 화학적 변형(아세틸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향후 RNA 기반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이 RNA 유전자 가위 시스템(CRISPR-Cas13)을 이용해 인체 내 특정 RNA에 아세틸화를 가할 수 있는 '표적 RNA 변형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RNA는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자다. RNA 유전자 가위는 세포 내 존재하는 수많은 RNA 중 코로나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RNA를 제거해 감염을 억제하거나 질병 원인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부작용이 적어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로도 주목받는다.
아세틸화는 RNA 염기 서열 자체는 유지하되 특정 화학 그룹을 추가해 RNA의 성질과 역할을 변화시키는 유전자 조절 과정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표적 RNA 변형 기술'은 특정 RNA만을 정밀하게 표적으로 선별, 유전자 가위인 Cas13에 RNA를 아세틸화시키는 NAT10의 고활성 변이체(eNAT10)를 결합해 완성됐다. 원하는 RNA만 정확하게 집어내 아세틸화시키는 것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이다.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표적 RNA 아세틸화 시스템과 세포 내 특정 RNA를 찾아 안내하는 가이드 RNA로 원하는 RNA에 아세틸화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아세틸화된 메신저 RNA(mRNA)에서 단백질 생산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표적 RNA 변형 기술'을 이용해 RNA 아세틸화가 RNA를 세포핵에서 세포질로 이동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동시에 아세틸화가 세포 내 RNA '위치 이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이 AAV(아데노-관련 바이러스)라는 유전자 치료에 널리 이용되는 운반체 바이러스를 실험용 쥐의 간에 전달해 동물의 몸속에서도 정확히 RNA 아세틸화 조절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입증했다.
이는 RNA를 아세틸화하는 기술이 생체 내 적용에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사례로, RNA 기반 유전자 치료 기술의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받는다.
허원도 교수는 "기존 RNA 화학 변형 연구는 특정성, 시간성, 공간성 조절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원하는 RNA에 선택적으로 아세틸화를 가할 수 있어 RNA 아세틸화의 기능을 정확·세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적 RNA 변형 기술이 향후 RNA 기반 치료제와 생체 내 RNA 작동을 조절하는 도구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AIST 생명과학과 유지환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해 수행한 이번 연구(논문)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6월 2일자)'를 통해서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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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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