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PC 제조 대행하던 콴타 창업자, 대만 1위 부호 급부상
삼성 이재용 회장 보다도 억만장자 순위 앞서
대만, 서버 제작 위한 수직적 공급망 완비
우리는 GPU 확보해도 외국 기업 손빌려야
![[백종민의 딥테크]삼성이 포기한 서버로 富일군 대만](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3031613470356377_1678942023.png)
대만 최고의 부자는 누구일까. 대만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정답이 아니다.
주인공은 배리 람(林百里 린바이리) 콴타(Quanta) 회장이다. 그는 2023년 포브스, 블룸버그 등이 선정한 대만 최고 부자에 올라선 후 더욱 자산이 불어났다. 현재도 람은 각종 억만장자 순위에서 이재용 삼성 회장에 앞서 있다.
람의 급부상은 AI 붐에 제대로 올라탔기 때문이다. 콴타는 람이 1988년 창업한 후 주로 노트북PC 생산에 주력했다. 애플, 델, HP, 레노버, 도시바 등 대표적인 노트북PC 브랜드들의 노트북 생산을 맡았다. 2023년 기준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노트북의 약 1/4가량이 이 회사에서 생산된다.
이는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의 브랜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콴타라는 이름은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유다. 그런 콴타를 성장시킨 것은 람의 과감한 베팅이었다.
람은 스마트폰 시대에 PC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클라우드컴퓨팅에도 주력했다. 스마트폰에도 투자할 생각을 할 만도 했지만 람의 선택은 서버였다. 그 판단은 적중했다. 최근 열렸던 컴퓨텍스 2025 행사에서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콴타의 부스를 방문하고 서버에 사인할 만큼 친숙한 관계다.
콴타는 이미 세계 주요 AI 서버 공급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메타, 구글 등이 주요 고객이다. 콴타는 지난해 연결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조4100억 대만 달러(미화 433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11월에는 올해 서버 매출이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람은 지난달 열린 창업 37주년 기념식에서 콴타를 전 세계 어디에서든 연회의 요리를 책임지는 '마스터 셰프'라고 표현했다. 이는 전 세계 9개나 되는 공장을 통해 AI 서버와 노트북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을 자신 있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콴타의 서버가 미국과 독일에서 생산되고, 미국 외 지역에 판매되는 노트북 컴퓨터는 중국에서, 미국에 판매되는 노트북 컴퓨터는 태국과 베트남에서 제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기한 무역 혼란의 시대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과시한 셈이다.
람과 콴타가 이처럼 변신을 거듭하고 부를 일군 것이 그만의 노력만은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대만 경제 산업계와 교류해온 한 외교가 인사는 AI 시대 대만의 제조업 경쟁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단순히 TSMC가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그는 엔비디아가 대만을 AI의 중심지로 키우려는 이유는 AI 서버 생산을 위한 수직적 분업 체계가 촘촘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가 엔비디아의 대형 AI 서버인 'NVL72'다. 이 최첨단 서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제조업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철제 케이스는 물론, 블레이드형 서버를 둘러싼 철제 레일과 베어링까지 필요하다. 엄청난 양의 전선도 필요하다. 이런 기반을 람이 잘 이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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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타와 달리 삼성은 서버 사업을 포기했다. 엔비디아의 GPU를 이용해 PC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국내기업들은 흔적도 없다. 이제 우리는 GPU만이 아니라 서버까지 모두 사 와야 한다. GPU 구매의 혈이 뚫렸다 해도 AI 생태계 구축에는 여전히 빈 구멍이 많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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