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안 통하면 중재 포기 고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이번 주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압박이 통하지 않으면 종전 협상을 포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새로운 제재에는 은행 부문에 대한 제재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상에서 양보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최후 돌파구가 효과가 없을 경우엔 협상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WSJ는 이에 대해 취임 직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전시키겠다고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은 만큼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평화 협상에서 러시아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러시아는 전쟁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25일 밤부터 샤헤드형 공격용 드론 355대와 순항미사일 9기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 공격이다. 24일 밤에는 드론 약 300대를 동원해 공격했고, 23일 밤에도 드론 250대와 탄도미사일 14기를 날려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푸틴 대통령을 향해 "나는 항상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에게 무언가 일이 일어났다"며 "완전히 미쳐버렸다"(absolutely CRAZY)고 비난했다. 또 추가 대러 제재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이 협상 타결을 원치 않으며, 그를 협상에 임하게 하려면 압박밖에 답이 없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싫어한다는 점, 추가 제재가 미·러 경제 관계 회복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 푸틴 대통령이 개인적인 호의로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점이 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캐럴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한 평화 협정 체결을 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또한 모든 선택지를 현명하게 검토해왔다"고 했다.
WSJ는 미국이 평화 협상에서 손을 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계속할지 불확실하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발을 빼고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러시아가 이 상황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군사 지원안을 한 건도 승인하지 않았고, 미 의회에서 승인한 지원 예산 38억5000만달러 사용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원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미국 무기 구매를 계속 허용할지 불확실하다고 NYT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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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대규모 드론 공격 이후 추가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금융 부문 추가 제자와 주요 7개국(G7) 공조로 시행 중인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강화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자국과 서방 주요 우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무기에 사거리 제한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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