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증시가 올해 들어서도 20% 가까이 오르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발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고 미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되기 전까지는 글로벌 자금의 독일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27일 '독일 증시가 잘 나가는 이유' 보고서에서 독일 증시 상승력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유동성 효과 ▲물가 안정세 ▲국채시장 안정 ▲국방 등을 중심으로 한 재정 부양정책 강화 ▲경기 회복 추세 ▲셀(Sell) USA 현상의 일부 수혜를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원은 "독일 경제가 유럽의 병자로 지칭되고 있지만 독일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상 최고치 행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 대표 주가지수인 DAX지수는 2022년 한 해 동안 12.3% 하락한 이후 2023년과 2024년 각각 20.3%, 188% 상승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23일까지 18.7% 오른 상태다.
그는 독일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먼저 유동성을 꼽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1.75%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고 추가 인하가 단행될 공산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포인트 인하를 단행한 후 동결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에서 최근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7%대까지 급등한 것과 달리 "독일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뿐 아니라) 기대인플레이션도 하향 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도 안정세"라고 주목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장기 금리 급등 등 국채 리스크에 노출돼있는 반면 독일 국채 금리는 미 국채 금리에 비해 상대적 안정세"라며 "통화완화 기조와 함께 독일 신정부가 국방비 지출 확대를 포함한 강력한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도 독일 증시 강세와 더불어 경제 심리 반등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회복 추세 역시 증시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 연구원은 "독일 경제가 침체 국면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음이 각종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3분기 중 독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을 넘어 3년여 만에 확장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박 연구원은 "셀 USA 현상의 일부 수혜"라며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 국채 금리가 급등(국채 가격 하락)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미국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의 피난처가 독일 등 유럽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봤다. 그는 "앞서 지적한 독일 경제 매력도 개선, 유로화 강세 역시 한몫하고 있다"며 "독일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부채 리스크에서도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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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독일 증시의 상대적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셀 USA에서 바이(Buy) USA로 전환될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고 미국 국채 금리가 하향 안정되기 이전까지는 독일 등 유럽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ECB의 추가금리 인하 가능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확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이 재정지출 확대 기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독일 증시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강한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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