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의 개정판이다. 저자가 초판 출간 이후 만난 수만 명의 엄마와 딸 사이의 고통을 함께 풀어간 이야기를 추가했다. 유독 엄마와 딸이 애증 관계로 얽히는 이유, 감정 대물림이 일어나는 연유, 엄마가 가진 '감정의 독'이 딸에게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법 등을 소개한다.
남자아이는 엄마를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므로 성인이 된 후에도 아내나 연인을 자신의 일부, 혹은 부분으로 여기면서 그녀의 희생이나 헌신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딸과 아들을 모두 키우는 경우, 엄마의 요구를 딸아이가 재빨리 먼저 알아차리고 맞히는 경우가 많지요. 엄마 또한 그것을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여기고, 아들보다 딸에게 더 많은 요구와 포기, 양보를 은근히 강요하기도 하지요. -20쪽, '사랑은 아들에게, 요구는 딸에게?'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케어하는 엄마의 태도입니다.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도 불안하며, 그 불안에 엄마보다 더 크게 압도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엄마 자신의 불안의 정체를 알고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미 외부에서 일어난 불행한 상황을 부모, 특히 엄마가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마주하느냐는 아이의 정신 건강에 안정을 주느냐 불안을 주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54쪽, '차라리 엄마 자궁 속으로 들어가 버릴까?'에서
엄마가 보기에 아이가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생각하고 있다면, "네 생각과 감정은 그렇구나…"가 끝이어야 합니다. 그 생각에 가치와 평가가 들어가는 순간부터 아이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워집니다. -103쪽, '감정은 죄가 없다'에서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유심히 관찰해 보면, 누군가가 나를 대했던 그 태도로 아이를 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엄마가 나를 홀대했다면 나 자신도 아이를 홀대하기 쉽고, 딸보다는 아들이 우선인 엄마가 있었다면 꼭 가부장적인 분위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 또한 아들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나타날 수 있지요. -131쪽, '나를 자세히 보면 엄마가 보인다'에서
저의 어린 딸아이에게서도 발견되고, 성인이 된 여러 여성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어떤 고통과 시련의 순간에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지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 내가 가장 어려운 순간, 그저 나를 알아주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178쪽, '상처투성이 엄마의 사랑법'에서
엄마는 엄마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그냥 엄마면 됩니다. 아빠는 아빠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그냥 아빠면 됩니다. 그것은 권력자의 위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각자의 위치와 위계가 다르고, 각자 위치에 따른 역할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지요. 아이는 그처럼 분리된 위치와 부모의 협력 안에서 안전하게 스스로 위치를 설정하고 자신의 모습을 나름대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226쪽, '엄마는 엄마면 되고, 아빠는 아빠면 된다'에서
자크 라캉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나도 못 받았는데,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줘? 뭘 주라는 말이지?"라는 반문과 반감은 내 안에서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탓에 어느 시점에서 멈추어 버린 어린 나의 아우성에 불과합니다. -250쪽, '어릴 적 엄마에게 원했던 것을 주어라'에서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 박우란 지음 | 향기책방 | 316쪽 | 1만9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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