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버드에 "외국학생 이름·국적 공개"…美 대학가 긴장

외국학생 등록 취소 저지되자 요구
"美 주요대학 자율성 침식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에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 박탈 초강수를 둔 데 이어 이번엔 외국 학생들의 이름과 국적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하버드는 왜 전체 학생의 약 31%가 외국에서 왔다고 밝히지 않는가"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어 "몇몇 국가는 미국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고, 그들의 학생을 교육하는 데 한 푼도 쓰지 않고 있으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며 "누구도 우리에게 이(외국인 학생이 몇 명인지)를 말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들 외국인 학생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 우리가 하버드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한 만큼 이는 합리적인 요구"라며 "하지만 하버드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과 국적을 알고 싶다"고 촉구했다.

또 "하버드는 5200만달러(약 711억원)를 갖고 있다"며 "이 돈을 쓰고, 연방정부에 보조금을 계속 요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이유로 교내 정책 변경 및 정부의 학내 인사권 개입 등을 요구했지만 하버드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거부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면세 혜택 취소 위협, 연구 지원금 삭감 및 동결에 이어 지난 22일엔 외국인 학생 등록 자격인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 인증을 취소하는 초강경 조치를 취했다. 하버드가 해당 조치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는 일단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CNN은 하버드 학생의 약 27%가 유학생이라고 짚었다. 하버드는 지난해 10월 유학생 출신 국가를 공개했는데 중국 출신 학생이 가장 많고, 이어 캐나다, 인도, 한국, 영국 순이다. 2024~2025학년도에 최소 147개 국가 및 지역 출신의 학부생·대학원생·연구자 6793명이 하버드에 등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행보가 미국 대학가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는 하버드를 압박하고 있지만 언제든 다른 대학으로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샐리 콘블루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총장은 지난 22일 "연방정부가 하버드의 국제 학생 수용을 금지한 조치는 미국의 우수성과 개방성, 창의성에 치명적인 타격"이라며 "국제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여러분이 없다면 MIT는 MIT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존 오브리 더글러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 버클리) 고등교육연구센터 선임 연구원은 "하버드가 당장의 희생자이지만 이는 곧 미국 내 모든 주요 대학의 자율성을 침식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이자 경고"라고 평가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