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한강경찰대 진현호 경장
자살시도자 구조의 최전선
"마포대교에 사람이 있습니다!"
22일 오후 1시50분께 서울 마포구 한강경찰대 망원한강치안센터엔 서울경찰청 112 상황실에서 온 다급한 무전이 들려왔다. 누군가 유서를 남기고 마포대교로 향했다는 신고였다. 진현호 경장(30)은 곧바로 위치추적 시스템을 통해 자살시도자의 휴대전화 신호를 확인했다. 좌표는 정확히 마포대교 중간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진 경장은 망설일 틈도 없이 고속정을 타고 강물 위를 내달렸다. 그는 교량 아래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고 자살시도자를 무사히 보호할 수 있었다. 진 경장은 "자살시도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일 것"이라며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구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산하의 한강경찰대는 총 4개 센터로 구성된 수상 치안 부서다. 한강 일대를 중심으로 수상 안전관리, 인명 구조, 범죄 예방 등 임무를 수행한다. 진 경장이 근무하는 한강경찰대는 한강의 28개 대교 41.5㎞ 구간을 관할하고 있다. 특히 한강경찰대는 자살 시도자 구조와 실종자 수색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강경찰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명구조, 스쿠버다이빙, 조종면허 등 자격증이 있으면 선발 때 유리하다. 한강경찰대 경찰관이 돼서도 야간 수영, 잠수 구조, 구명보트 운항 등 실전 상황을 전제로 한 고강도 훈련이 수시로 반복된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팀워크도 중요하다. 진 경장은 "팀과 협동으로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을 때 가장 보람차다"며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자살 시도 신고 건수는 하루 20건에 달하고 있다. 진 경장은 "경기 침체 여파 탓인지 자살 시도가 예년보다 증가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버티다 못해 한강까지 오신 분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고, 하루라도 빨리 구조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든다"고 했다.
진 경장은 첫 구조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해 겨울 유서를 남기고 연락이 두절된 시민이 있었다. 위치값은 반포대교 어딘가였다. 강 상류와 교량 주변을 수색하던 중 평소와는 다른 교각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진 경장은 가까이 다가가 확인했고, 물에 젖은 채 웅크리고 있는 자살시도자가 있었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단 몇 분만 늦었어도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출동 후 도착하기까지 1분 1초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며 "그 뒤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무조건 가장 먼저 달려가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변사자를 인양할 때면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진 경장은 "제 또래가 사망했을 때 마음이 크게 아팠다"며 "어떨 땐 일주일간 잠들기 전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라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피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한다. 진 경장은 "몸이 피곤하더라도 운동을 하면 밤에 바로 잠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경장은 한강 위에서 수많은 자살시도자를 마주해왔다. 대부분 구조된 직후 역설적으로 "살고 싶었다"는 말을 남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 곁에 있어 줬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했다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 경장은 "경찰이 생명을 붙잡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말 바라는 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라며 "누군가가 삶을 포기하기 전에 손을 내밀어주는 사회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 경장은 2021년 경찰에 입직해 동대문경찰서 전농2파출소, 경찰기동대를 거쳐 지난해 7월 한강경찰대에 발령받았다. 진 경장은 "의무경찰로 군 복무를 하며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 모습을 봐왔다"며 "평소 활동적인 성격과 잘 맞을 것 같아 경찰 꿈을 키웠다"고 했다. 추후 희망하는 부서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수상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키우고 싶어 당장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교통사고 감정사 자격증을 활용해 교통 수사도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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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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