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화학과 임현섭 교수와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홍종욱 교수 공동연구팀이 팔라듐 셀레나이드 기반의 혼합상 나노구조체를 이용, 산소환원반응(ORR)에서 기존 상용 백금 촉매(Pt/C)보다 우수한 전기화학 성능과 내구성을 가진 차세대 연료전지용 촉매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결정상들이 함께 존재할 때, 혼합상 물질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에 주목한 것으로, 기존 백금 기반 전기 촉매를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고내구성 촉매 설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연료전지와 같은 고급 에너지 변환 기술에 적용될 수 있는 혼합상 물질의 효과적인 설계 전략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팔라듐 셀레나이드(Pd-Se)는 팔라듐(Pd)과 셀레늄(Se)이 결합한 화합물로, 다양한 결정 구조를 통해 전기화학 반응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다. 특히 연료전지의 산소환원반응에서 높은 촉매 활성을 보여 백금(Pt)을 대체할 차세대 촉매로 주목받고 있으며, 여러 결정상이 함께 존재하는 혼합상 구조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향상한다.
그동안 Pd-Se 촉매는 대부분 단일 결정상 중심으로 연구됐기 때문에, 서로 다른 Pd-Se 결정상 간의 상호작용이 촉매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혼합상 구조가 전자 이동 경로를 개선하고, 반응 활성 부위를 효과적으로 형성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새롭게 밝혀냈다.
연구의 핵심은 복잡한 공정 없이 단일 유기 금속 전구체를 설계해, 이를 정밀하게 열처리함으로써 다양한 Pd-Se 결정상(PdSe2, Pd17Se15, Pd4Se 등)이 공존하는 '혼합상 나노구조체'를 합성한 데 있다. 서로 다른 결정상 간 계면에서의 전자 구조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산소환원반응의 반응 속도는 빨라지고, 에너지 손실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여러 결정상이 공존하는 혼합상 물질에서 단일상 기반의 기존 Pd/C나 Pt/C 촉매보다 뛰어난 반응 효율과 내구성을 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서로 다른 Pd-Se 결정상이 산소환원반응의 각기 다른 반응 단계에서 각각의 강점을 발휘함으로써 전체 반응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론적 계산과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는 것이다.
1,000°C 에서 합성된 Pd-Se 촉매는 산소환원반응의 반응 전압(half-wave potential)이 0.931V에 달해 상용화된 백금 기반 촉매(Pt/C)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동일 조건에서 산소가 더 적은 에너지로 환원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Pd-Se 촉매의 우수한 전기화학적 활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 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 DFT)을 기반으로 각 Pd-Se 결정상의 전자 구조를 계산해 이들이 산소환원반응 과정의 다양한 중간 단계를 각각 최적화해 촉매 성능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세 가지 Pd-Se 물질은 산소환원반응(ORR) 과정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하며 상호 보완적 관계임을 확인했다. ▲Pd는 산소 분자의 초기 흡착 ▲Pd17Se15는 반응 초기의 중간체를 안정화해 반응이 끊기지 않도록 돕는다. 또 Pd4Se는 후속 단계의 중간체를 안정적으로 흡착해 전체 반응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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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Pd-Se 결정상이 조화를 이루며 전기화학 반응의 각 단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 양면에서 입증한 사례다"며 "이 기술은 고성능 연료전지, 메탈에어 배터리, 수전해 시스템 등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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