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 감소…정년 높이는 각국
세계 각국이 저출산·고령화로 노동력 감소에 직면해 정년을 연장하고 있다. 정년을 아예 폐지하기도 하고, 개별 기업이 정년 이후 별도 계약을 통해 근로자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동력 확보 방안 찾기에 나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적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의 2022년 기준 평균 정년퇴직 연령(22세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은 남성 64.4세, 여성 63.6세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0년생의 경우 OECD 국가 평균 남성은 66.3세, 여성은 65.8세가 돼야 은퇴할 것으로 추산됐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재정 부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정년 연령을 높이는 추세로 인한 결과다. OECD 국가에서 취업 가능 연령층(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1994년 21명에 불과했으나, 2024년엔 33명까지 증가했다. 30년 뒤인 2054년엔 취업 가능 연령층 100명당 55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반 인스티튜트 연구에 따르면 정년연장은 고령 근로자들이 사회 보장 혜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은퇴를 늦추게 만들고, 이는 경제 전체의 재화와 서비스 생산 증가, 은퇴 후 생활 수준 향상, 소득세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 인구 노동이 잘 자리 잡은 대표적인 국가로는 일본이 꼽힌다. 일본은 2012년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법안을 한 차례 더 개정하고 기업이 70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했다.
아직 70세 정년이 보편화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주요 기업들은 속속 65세 이상 근로자 고용에 나서고 있다. 일본 생명보험사 메이지 야스다는 지난해 내근직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기로 했다. 2027년부터 70세 정년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자동차는 작년 8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65세 이상 재고용 제도를 실시한다. 도요타의 정년은 60세이나 65세까지 재고용돼 일할 수 있었는데, 이를 70세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65세까지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 비율은 99.9%에 달한다. 70세까지 고령자 고용 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31.9%로 나타났다.
독일은 현재 66세(1959년생)인 법정 은퇴 연령을 2031년까지 67세로 올린다. 2024년 9월 이 같은 내용의 정년연장 관련 연금 개혁을 실시했다. 엔초 베버 노동시장연구소(IAB) 박사는 60세 이상 노동 시장 참여율을 55세 수준으로 높이면 독일이 250만명의 추가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추산하며 "큰 잠재력"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새 정부도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이다. 은퇴 연령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길 원하는 연금 수급자에게 월 최대 2000유로(약 316만원)까지 소득에 대한 부분적인 세금 감면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은퇴자에 대한 한시적 고용 제한도 완화할 방침이다.
독일 외에도 유럽 여러 나라들은 연금 등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퇴 연령을 높이는 추세다. 프랑스는 2023년 연금개혁을 통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했다. 스페인은 법정 은퇴 연령을 2027년까지 67세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은퇴 연령이 비교적 빠른 편인 인구 대국 중국도 올해 1월부터 정년을 연장했다. 법정 퇴직 연령을 남성 근로자는 60세에서 63세로, 여성 근로자는 사무직의 경우 55세에서 58세로, 블루칼라 노동자는 50세에서 55세로 높였다. 또 법정 퇴직 연령 도달 시에도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최장 3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 퇴직 제도'를 시행한다. 이는 연금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기존 제도대로라면 2035년 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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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없는 나라도 있다. 미국과 영국은 나이에 따른 차별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각각 1986년, 2011년에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대만도 정년이 없다.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정년을 65세로 제한하는 법규를 삭제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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