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병원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결과, 실제로 갓 태어난 아이가 맡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는 종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베이비박스가 있지만 병원에서는 극히 드문 사례다.
1일 일본 NHK는 "도쿄의 '아기 포스트' 운영 1개월, 실제로 아기가 맡겨졌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아기 포스트(우리나라의 베이비박스)는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신생아를 익명으로 안전하게 맡길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일본에서는 2007년 구마모토시의 지케이병원에서 처음 도입됐고 도쿄 스미다구 산이쿠카이 병원이 3월 말 부터 두 번째로 운영 중이다.
산이쿠카이 병원은 아기 포스트를 '베이비 바스켓'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임산부가 의료기관 이외의 곳에서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비밀 출산'도 동시에 시작했다. 병원은 전용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다. 두 제도 모두 의료기관으로서는 구마모토시의 병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사례다. 지케이병원의 경우 2023년까지 179명의 갓난아기가 맡겨졌다.
NHK는 사업 시작 후 1개월이 되는 동안, 비밀 출산에 대한 상담이나 문의가 여러 건 접수됐고 갓 태어난 아기가 실제로 베이비 바스켓에 맡겨진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이 병원 취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고 했다. 구체적인 건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병원에 따르면 아기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사례는 없었고, 부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남겨져 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병원 원장은 "아기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고, 잘 맡기러 와주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가족에게도 상담하지 못하고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많다"면서 "아기 유기 사건이 반복되는 가운데, 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꼭 상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임신이나 출산에 대한 고민을 익명으로 전화 상담도 받고 있으며, 불안이 있다면 우선 연락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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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09년 국내 최초 운영 이후 지난해 6월까지 베이이박스로 들어온 아기는 2148명이었다.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상담한 친부모는 1646명, 상담과 권유로 친부모와 살게된 아기는 295명이었다. 이곳의 베이비박스를 다룬 다큐영화 '드롭박스'가 2015년 개봉돼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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