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 통제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발언에 하락했다. 17일 한국 증시도 미·중 무역 전쟁 우려와 반도체주 급락 영향으로 하락 출발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9.57포인트(1.73%) 내린 3만9669.3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20.93포인트(2.24%) 하락한 5275.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16.01포인트(3.07%) 떨어진 1만6307.16을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가 엔비디아 칩 중국 수출을 제한하며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엔비디아는 전날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미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6.87% 급락한 104.49달러를 기록했다. 또 AMD도 MI308 반도체가 대중 수출 통제 품목이 됐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7.35% 빠졌다.
여기에 파월 Fed 의장의 발언도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지금까지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중 강대강 대치가 지속됨에 따라 증시 입장에서는 파월(혹은 Fed) 풋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올라오던 시기였다"며 "파월 의장은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향후 발표될 데이터를 확인하며 대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통해 당분간 금리 인하는 없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파월 풋을 기대하던 증시 입장에서는 하락 재료의 명분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도 뉴욕 증시 급락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H20 칩의 중국 수출 제한으로 약 55억 달러의 비용 발생을 예고했는데 국내도 관련주 주가 반영이 불가피하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퇴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져 갈등 장기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훈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 분쟁 우려 점증에 따른 전일 미 증시에서의 반도체주 급락을 반영하며 하락세로 출발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해당 재료는 일부 전일 반영됐다는 인식 속 장 중반부 이후 낙폭을 회복하는 흐름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관세 이슈에서 벗어나기 힘든 장세인 만큼, 개별 모멘텀을 가진 일부 기업 위주로 종목 장세 흐름이 이날도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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