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경계없이 무전공 선발
지방국립대와 공동 학위 수여
수능 한 해 3~4회 실시 방안
①대학에서 학생 선발 시 학과 간 경계 없이 무전공 선발 ②지방거점국립대를 다녀도 서울대서 수업받고 '공동 졸업장' 수여 ③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한 해에 3~4회 실시…
서울대 교수 2300여명이 소속된 서울대 교수회가 14일 내놓은 '대한민국 교육개혁 제안'의 주요 내용이다. 서울대 교수회는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가 미래설계가 불가능하다는 절박함에서 나섰다고 했다. 서울대 교수회가 교육 정책 개혁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교육계 등으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줄세우기식 교육에서 벗어나자
교수회 개혁안의 기본 철학은 '성과와 입시를 중시하는 서열화 교육과 수월성만 강조하는 정책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우선 서열화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안으로 '공동 학위제'가 있다. 지방거점국립대를 다니는 학생들도 서울대와 지도 교수, 전공 수업 등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졸업 시 '공동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학 서열화가 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뜻이 담겼다.
교수들은 '무전공 확대'도 제안했다. 신입생을 뽑을 때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학교에 들어와서 전공을 고르게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1학년 때 탐색 과정을 거치고 2학년에 올라가서 자유롭게 전공을 택할 수 있다. 대학 간판만 보고 입학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교수회의 생각이다. 대학 입장에선 여러 학문을 융합한 전공을 개설하는 게 쉬워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각 대학의 모집 자율권을 확대해야 하는 선결 과제가 있다. 무전공 선발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2024학년 6.6%에서 2025학년 28.6%로 4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다.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주요 10개 대학의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대, 고려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 6개 대학의 무전공 경쟁률은 각 대학 평균 경쟁률보다 낮았다. 무전공 모집 단위의 중도 탈락률은 일반학과의 2배다. 소속감이 떨어지고, 입학 후 인기 학과로 몰리는데, 성적순으로 배치하다 보니 결국 또다시 경쟁해야 한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초중고 서열화부터 문제
교수회는 대학뿐만 아니라 초중고에서도 서열화를 없애야 한다고 봤다. 적성 발굴과 서열화를 억제하는 입시개혁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학제를 '초등학교 6학년-중등학교(가칭) 6년'으로 개편하자는 아이디어다.
중고교를 통합해 개인 적성에 기반한 학부를 배정하고 2년 주기로 조정하자는 것인데, 적성발굴을 위한 전기(4년), 대학 및 사회적응을 위한 후기(2년)로 나눠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자고 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구인난도 해소하고, 모든 학생이 사교육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교수회는 말했다.
교수회는 수능은 미국의 SAT식으로 한 해 3~4회 치를 것을 제안했다. 중복 값의 평균치 또는 최고점수를 입시에 반영하고, 과목을 확대해 학생들이 본인 장점과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도록 기회도 넓히자고 했다. 그러면서 수능을 '자격시험'으로 만들자고 했다. 정시반영, 실기, 면접 등의 반영비율은 대학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수능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취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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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암기해서 줄 세우는 방식의 '학력고사'의 폐단을 막기 위해 1993년 대학 입학 '자격'을 재는 시험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입을 가르는 유일한 시험으로 변질되면서 학생들은 1년에 단 한 번인 수능으로 앞선 12년을 평가받는다. 사교육비가 30조원을 넘고 N수생이 매년 증가하는 것은 수능과 무관치 않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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