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가 지난 14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대응을 위해 도내 수출기업에 1000억 원 규모의 긴급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도 지원 방식의 실효성과 구조를 들여다보면 '졸속행정'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핵심은 금융 지원이다. 농협과 하나은행을 통해 500억 원 규모의 우대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200억 원의 경영안정자금과 신용보증재단의 300억 원 대출까지 포함해 겉으로는 '든든한 안전판'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대부분은 '대출', 즉 기업이 빚을 내야만 받을 수 있는 지원이다. 위기에 몰린 수출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고정비용 증가인데, 결국 이자 부담까지 떠안고 버티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기업에게 빚을 안은 채 살아남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긴급 지원의 실효성도 극히 제한적이다. 행정기관은 '1000억 원'이라는 액수에 초점을 맞추며 생색을 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절박한 자금 수요보다도 수출 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 제도적 보호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충남도의 대응은 '일단 돈 푼다'는 전형적인 단기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TF 구성, 법률 상담, 해외 마케팅 확대 등 추가 조치도 언급됐지만 대부분은 실행력과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따르는 수준이다.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말은 대책이 이미 나온 뒤 뒤늦게 의견을 듣겠다는 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선 상황이 더 답답할 것이다. 위기를 맞았지만 손 내밀 곳은 결국 다시 은행이고, 행정의 지원은 서류와 이자, 복잡한 조건을 동반한 생색내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충남도는 지금이라도 긴급 지원을 넘어선 구조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 예측 가능한 정책 시스템 구축에 더 많은 자원과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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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지사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말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행정의 '속도'보다 정확한 방향성과 현장 중심의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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